[횡설수설]황호택/골초세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39분


올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금연운동 주제는 ‘간접흡연은 살인행위, 공기를 정화하자’이다. WHO 자료에 따르면 담배를 태울 때 나오는 수천 가지의 화학물질이 빠른 속도로 합성되는데 이 가운데는 암을 유발하거나 폐와 기관지를 손상시키는 물질이 함유돼 있다. 흡연자들로서는 WHO가 실내흡연을 살인으로 규정한 것이 지나치다는 항변을 할지 모르나 권총으로 쏘는 것은 급성(急性)살인이고 실내흡연은 상대방을 서서히 죽게 하는 만성(慢性)살인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건강을 해치더라도 담배의 맛과 정취를 즐기겠다는 애연가의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 담배보다 해독이 더 심한 마약조차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나라도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흡연자들이 배려해야 할 것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건강이다. WHO가 실내흡연 금지운동을 펴는 것은 밀폐된 공간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비흡연자를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인류의 건강을 위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담배 한 갑당 2원씩 붙는 건강증진분담금을 100원 이상으로 인상해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담배 소비자들은 의약분업의 졸속 시행에 따른 의보재정의 파탄을 슬그머니 담배에 떠넘기는 처사라며 불만이 높다. 담배에는 이미 소비세 510원, 지방교육세 255원, 부가가치세 10%, 폐기물부담금 4원 등 각종 골초세(稅)가 붙는다. 여기에 더해 건강증진분담금이 오르고 엽연초 재배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 10원씩 부과될 예정이다.

▷담배 소비자들로서는 억울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겠지만 아직도 우리 담뱃값은 서구 선진국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금연운동가들은 담뱃값이 싸 청소년흡연을 조장하니 더 올리라고 아우성이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암이나 호흡기 질병의 치료비로 연간 5000억원이 소요된다. 건강보험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보험료에 차등을 두지 않으니 흡연 관련 질병의 치료 비용 중 상당부분을 비흡연자들이 분담했던 셈이다. 이렇게 보면 골초세가 합리적인 대목도 있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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