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김종섭/환경문제 집중보도 시대추세 잘 반영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19분


기술 발전과 국제화·통합화로 인해 외국 소식을 접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외국 관련 뉴스와 기사는 단지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우리와 연관되어 있다. 전에는 우리와 관계가 적던 내용도 이제는 통합화로 인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이 맺어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는 세계적 추세로써 '국가간의 동조화'(harmonization)가 요구되고 또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동조화가 필요 없는 현상도 있다. 한 예로 환경보존에 대한 노력의 증대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환경문제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신문에서도 환경에 관한 기사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동아일보도 최근 환경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는데 시의적절하다고 하겠다. 9일자 A27면에 게재된 '대학 교내신축 맘대로 못한다'는 환경보존의 책임이 환경오염자에게 있다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원칙을 일반인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8일자 A30면에 게재된 '일조권 침해 공동책임 첫 인정'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환경보존이 세계적 추세라고 할지라도 방법과 범위에서는 아직 국제적 또는 국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이론상으로도 환경표준이 국제적으로 동조화될 필요는 없다. 국가간의 경제적·자연적 환경이 서로 달라 환경보존의 범위와 방법이 국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환경보존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도 국민소득이 증가하여 경제여건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8일자 A11면에 게재된 '벌채=숲파괴 통념 깬 녹색경영'은 한 미국 기업이 최고의 환경친화적 기술을 생산에 적용한 사례를 설명함으로서 국내 기업이 향후 나아가야 할지도 모를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이러한 기술이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적용해야 할 기술이라고는 할 수 없다. 현재의 경제적 자연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환경친화적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기술이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기술로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 기사의 부제인 '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최고의 환경친화적 생산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경쟁력이다'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의 많은 부문에 국제표준이 새로 도입되고 적용돼 이제는 예전의 불합리한 관행이 많이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국제적인 표준이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존재한다고 해도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표준이 국가간의 힘의 논리에 의해서 정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파악하고 알려주는 것도 신문의 역할일 것이다.

김종섭(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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