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불가리'…고대의 신비 재현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1분


“로마를 방문할 때 나는 언제나 불가리 매장에 들른다. 그곳에는 주목할만한 현대미술의 창조물이 있기 때문이다.” 20세기를 풍미했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했던 얘기다.

필자와 가까이 지내는 예술가들 가운데도 ‘불가리(BVLGARI)’의 풍부한 볼륨감과 화려한 색채를 보며 영감을 얻는다는 이들이 있다. 불가리의 작품은 고대 이집트와 아시리아, 그리스와 로마, 중국의 문화에서 원형을 빌려와 현대적인 해석을 거쳐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토털 액세서리 브랜드의 성격이 강해졌지만 불가리는 원래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보석회사. 창업주 소타리오 불가리가 1884년 이탈리아 로마에 첫 상점을 열었으며 지금까지 전문경영인과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유럽식 ‘패밀리 비즈니스’의 대표적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81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몇 년전 미국의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세계적인 패션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와 약혼할 때 주문했던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는 세인들의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 영화인 ‘카지노’와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같은 영화의 중요한 소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불가리 보석의 특징은 보석알을 ‘발’로 물리는 대신 금속의 테로 둘러싸는 세팅. 보석을 크게 보이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낸다. 그래선지 동양인에게는 다소 소화하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보석장신구보다 시계 향수 스카프 선글라스 같은 액세서리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불가리가 확고한 명품브랜드로 떠오른 것은 1970년대 들어서. 창업후 80년 이상 지난 창업주의 손자대에 이르러 성공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세계적 패션명품이 출연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명품에 대한 조급한 기대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독창적인 정신과 자존심, 세대를 이어가는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고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데는 100년이라는 시간도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성 민(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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