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한국정부 섭섭해요”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46분


정부는 98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20여개 해외공관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루과이의 한국대사관도 같은 해 8월 폐쇄됐다.

우루과이 정부는 매우 서운해했다고 한다. 그동안 유엔에서는 일관되게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줬고,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을 수입해 90년대 이후 많게는 매년 1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한국에 안겨줬는데 공관 폐쇄라니…,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회고다.

그래서 당시 정부는 우루과이측에 “외환위기가 해소되면 곧바로 공관을 복원시키겠다”고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언질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修辭)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루과이는 그 말을 믿고 지금까지 서울의 대사관을 유지해 오고 있다.

볼리비아의 한국대사관도 구조조정 때문에 98년 12월 폐쇄됐다. 볼리비아도 우리가 흑자(99년 기준 연 7500만여달러)를 내는 나라다. 교민만 1000여명에 이른다.

“6월에 동티모르에 한국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15일 관계자에게 물었다. “구조조정이 끝났다면 우루과이나 볼리비아의 대사관 복원이 더 급한 것 아닌가.” 그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동티모르 독립과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함으로써 인권외교의 지평을 연 우리 외교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대표부는 또한 공관과 다르다.”

“소아적(小我的) 외교에서 벗어나 인권외교의 중요성에 눈 뜰 때가 됐다”는 정부측 설명에 공감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끝나면 공관을 복원하겠다”고 한 말만 믿고 기다려 온 우루과이나 볼리비아의 눈에 동티모르 대표부 개설이 어떻게 비칠지 궁금했다.

우루과이측은 요즘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며 이삿짐을 싸겠다고 한다는데, 동티모르 대표부 개설이 순수한 국가이익 비교우위 차원에서 결정됐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부형권<정치부>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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