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IT 섹션] 실버세대 위한 첨단장치 개발 붐

  • 입력 2001년 4월 8일 19시 05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홀로 남긴채 먼 여행을 떠나려면 걱정이 앞선다. 치매와 뇌졸중 등을 앓고있다면 평소 출퇴근때도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혹시 가스레인지 불 끄는 것을 잊었다면, 계단에서 발이라도 삐끗한다면…. 다음에 일어날 일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노년층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은 결국 요양원밖에 없는 것일까.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이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노인 안전을 위한 첨단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실버세대를 위한 테크놀로지’.

현재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3400만명. 여기에 1946∼64년에 태어난 76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행렬에 들어서면서 실버테크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미 많은 대학 연구소들이 앞다투어 실버세대를 위한 첨단 장치를 개발하고 실험단계에 들어갔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스마트 홈’. 조지아공대의 엘리자베스 마어너트 박사 연구팀이 지난달 선보인 이 집은 실버세대의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집안 곳곳에 숨겨져 있는 각종 센서가 부모의 옷에 달린 발신장치를 추적해 자식에게 알려준다.

자식은 사무실 벽에 걸린 ‘디지털 사진첩’만 보아도 부모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인터넷과 연결된 이 사진첩은 부모의 사진 주위로 나비나 꽃 무늬가 있는 게 특징. 무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활동 수준을 표시한다. 한참 동안 작은 꽃만 나타나면 긴급전화를 걸어야 할 지도 모를 일. 방 하나와 컴퓨터 시스템을 갖추는 데 대략 1300달러가 든다.

MIT 미디어랩은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실험하고 있다. 가벼운 컴퓨터 조끼 하나만 걸치면 자식의 직장 전화번호와 자주 쓰는 물건의 위치, 약 먹을 시간까지 척척 알려준다. 이런 정보가 나타나는 곳은 안경 렌즈에 내장된 조그만 모니터.

비디오카메라에 대해서는 모두 조심스러워 한다. 자칫하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빅브러더’가 될 수도 있기 때문. 그러나 ‘보호’에 역점을 둔다면 이런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로체스터대는 이미 비디오카메라가 장치된 거실과 부엌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젊은이들에게는 큰 짐이 될 것입니다. 나 같은 사람은 돌봐 줄 사람도 없죠. 우린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겁니다.” 베이비붐 세대이자 MIT 미디어랩을 이끌고 있는 알렉스 펜트랜드 박사의 말이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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