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중분석 애널리스트(上)] 투자조언 "믿거나 말거나..."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32분


메리츠증권은 작년 3월초 창흥정보통신의 등록주간사를 맡으면서 이 회사의 그 해 매출을 372억원, 경상이익을 43억7000만원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실제 매출액은 전망치의 60%수준인 222억원에 그쳤다. 경상이익은 17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신한증권은 작년 8월중순 코스닥에 등록한 오리엔텍의 작년 경상이익을 15억8000만원으로 예상했다. 실제는 1억9000만원 적자였다. 작년에 코스닥에 등록한 177개업체중 실제매출액이 주간증권사 추정치의 50%에도 못 미치는 업체가 5개사나 된다.

▼글 싣는 순서▼
(상) 투자조언 "믿거나 말거나"
(중) "사라" 해놓고 자기는 처분
(하) '기업정보 공개법' 도입을

이 정도는 약과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코스닥업체인 프로칩스가 부도를 내기 40일 전인 2월19일 낸 탐방보고서에서 이 회사를 안정된 매출 기반을 가진 우량기업 으로 소개하면서 매수를 추천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계 에스지증권은 작년 8월 29일 리타워텍에 대해 강력매수 를 추천하고 목표주가로 14만4900원을 제시했다. 그런데 바로 그 애널리스트가 100일만인 그 해 12월 7일 이 종목의 투자등급을 두단계 강등시키면서 목표주가를 7600원으로 낮췄다. 리타워텍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증권가에 떠돌기 시작하던 때였다. 네덜란드계 ING베어링은 작년 1월 17일 새롬기술을 한국 최고의 인터넷종목 으로 추켜세우며 목표주가로 45만원을 부르더니 10개월만인 11월 21일 비지니스모델의 장기 생존가능성이 없다 면서 투자자들에게 매도 를 권유했다. 목표주가는 종전의 100분 1가량인 4000원.

애널리스트들은 코스닥 종목들은 비교할만한 사업모델이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고,자료가 부족한데다 분석기법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 라며 여건 탓을 한다. 하기야 적자를 면치 못하던 아마존의 주가가 불과 8개월만에 8달러에서 400달러까지 오르는 것을 예측해야 하고 한때 30만원을 웃돌던 새롬기술의 주가가 6000원 수준으로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고약한 운명 이다.

하지만 사업모델이 굳어져있고 참고자료도 풍부한 굴뚝주 라고 해서 애널리스트들이 잘 보는 건 아니다. 삼성 현대 대우증권이 작년초에 내놓은 상장종목들의 실적예상치와 실제 작년실적을 본보 재테크팀이 비교해본 결과 매출은 예상치보다 8.2∼19% 높았고 순익은 예상치의 40.5∼68.1%에 그쳤다. 해당 증권사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스스로 낙제점 수준 이라고 인정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간격으로 나오는 개별종목 분석결과도 투자가이드로 삼기엔 마땅찮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의 예측사례를 보자.<그림 참조>

작년 3월말 이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적정주가는 실제 주가와 평균 15만원가량의 차이가 난다. 그는 적정주가 대신 12개월 목표주가 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발표 이후 12개월동안 실제주가가 적정주가까지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나오는 게 저평가 라는 말이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몰라준다 거나 내재가치를 알기는 하지만 살 돈이 없어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는 말이다. 이런 애널리스트들은 늘 매수 나 적극매수 를 외치지만 주식을 언제 팔아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얼핏 보면 주가를 잘 알아맞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막은 주가 따라가기 다. 이 애널리스트는 작년 7월말부터 지금까지 투자의견을 여섯 번이나 바꿨다. 미국에선 이런 식의 투자의견 변경은 천재지변의 경우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 는 게 한 미국계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작년 9월 중순 미국에서는 리차드 휘팅턴이라는 애널리스트가 미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투자등급을 두 단계 강등시킨 뒤 일주일만에 다시 한 단계 올린 적이 있다. 이를 두고 말이 많아지자 그는 즉각 일주일만에 투자등급을 바꾼 것은 9년만의 처음이지만 최선의 투자조언을 하기 위한 충정이었다 고 공개해명해야 했다.

투자자들의 건전한 재테크를 도와주고 좋은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해준다는 애널리스트 본연의 역할은 우리 증시에서 정녕 기대하기 힘든 것일까.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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