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공무원 성과급]평가기준 간부들 '맘대로'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34분


“선장 150%, 기관장 100%, 통신장 100%, 그 밑에 4명이 50%, 최하위 직원 3명은 0%. 직원들 얼굴을 볼 수가 없어 월급통장을 조회해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선박운영과 같은 직무는 팀별로 성과상여금을 줘야 한다. 모두가 합심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정부 관공선 선장)

▼상사와 싸움 벌어지기도▼

“성과급 때문에 상사와 대판 싸웠다. 많이 받은 사람이 갹출해서 못 받은 사람에게 20만원씩 준다고 하더라. 난 거지가 아니다.”

“우리 관서는 직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상부보고용 서류만 꾸며놓고) 비밀리에 직급별로 성과급을 나눠 가졌다.”

중앙인사위원회 홈페이지(www.csc.go.kr)에 공무원들이 띄운 글이다. 이 제도가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해준다.

▽공정한 기준 마련치 못해〓공무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도대체 어떤 기준에 의해 평가했나”라는 점. 중앙인사위는 이에 대해 “평소 각 부처에서 인사자료로 활용하는 근무평점 중 태도와 능력은 제외하고 근무실적을 50% 반영하고 나머지 50%는 각 부처에서 자율적으로 평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공무원들은 “능력이나 실적과 관계없이 승진심사를 앞두고 있는 고참직원에게 근무평점을 좋게 주는 것이 오래된 관행인데 이 근무평점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성과상여금 역시 연공서열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승진시험 공부한다고 직장에 잘 나오지도 않는 고참직원들이 상여금도 다 가져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 지방관서나 일부 군부대는 아예 노골적으로 고참순으로 성과급을 줘 불만이 더욱 커졌다.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등 일부 부처는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참여시켜 팀평가제나 다면평가제를 도입, 불만을 줄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상당수 부처는 평가기준을 마련하면서 일부 간부들이 “만약 성과급에 불만을 제기하면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하는 등 공정한 기준마련에 실패했다.

▽민주적 절차가 없었다〓성과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 피평가자가 참여해야 한다. 또 평가결과를 놓고 상사와 부하 사이에 솔직한 토론이 오가야 한다. 또 피평가자가 결과에 이의를 느낄 경우 이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급의 목표는 ‘동기(動機)부여’에 있다. 그런데 피평가자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만만 커져 조직결속력이 곪는다.

외교통상부의 한 공무원은 “유럽의 공무원들은 상사가 부하를 불러 평가결과를 직접 통보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부하의 의견을 묻는데 한국은 월급통장을 보고 나서야 내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며 “내가 왜 이런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업무의욕이 생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면서 평가기준 마련에 일반 공무원이 참여한 부서는 몇 개 부처가 있을 뿐이며 상사와 부하간의 평가결과에 대한 합의과정이나 이의제기 절차를 규정해놓은 부처는 거의 없다.

▼"업무의욕 다 잃었다"▼

▽‘상(賞)이냐 벌(罰)이냐’〓중앙인사위는 당초 성과상여금 수혜대상을 상위 50%로 한정하려다 공무원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성과상여금 수혜대상을 70%로 늘렸다. 이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삼성경제연구소 태원유 박사는 “성과상여금 수혜자 폭을 늘리는 바람에 이를 못 받은 30%가 부각되고 성과상여금을 받은 70%에 대한 인센티브 효과는 별로 없게 됐다”며 “30%정도에게만 성과상여금을 줬을 경우에 동기부여 효과가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성과상여금을 못 받은 30%가 돋보임으로써 성과상여금 제도가 우수한 공무원에 대한 ‘상’이라기보다는 30%에 대한 ‘벌’로 비쳐졌기 때문에 불만을 증폭시켰다는 것.

▼개혁명분 성급한 도입▼

▽준비 부족〓고려대 문형구 교수(경영학)는 “교원들의 반발에서 보듯 정부가 성과급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고민을 한 뒤에 이 제도를 시행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공무원의 공공성을 어떻게 평가에 반영할 것인지, 수많은 직무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 정리하지도 않고 충격요법으로 제도를 도입한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 상무는 “공무원에 대한 평가는 민간기업 직원평가보다 훨씬 어려운데 기업보다도 준비를 하지 않고 개혁이라는 명분에 밀려 성급하게 도입한 측면이 크다”며 “제도 자체가 불신을 받기 전에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기·부형권기자·부산〓조용휘기자>eye@donga.com

성과상여금 지급대상 현황
적용대상총계국가직지방직
일 반 직 244,245 86,222158,023
외 무 1,030 1,030-
별 정 직 9,339 2,306 7,033
경 찰 95,084 95,084-
소 방 22,433 153 22,280
연 구 직---
지 도 직---
기 능 직 117,913 63,610 54,303
고 용 직 4,721 1,549 3,172
교 원 325,767325,767-
교육전문직 3,654 3,654-
군 인 154,982154,982-
군 무 원 28,322 28,322-
국가정보원---
경호공무원 310 310-
총 계1,007,800762,989244,811

국가직의 경우 공안직군, 연구 지도직, 국가정보원직 인원 미확인. 지방직의 경우 연구 지도직, 교육직 인원 미확인. 교원의 경우 사립교원(약 7만명)포함. (자료:중앙인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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