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힙합에 푹빠진 대학생 양경원씨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37분


'춤에 살고 춤에 죽는다'
'춤에 살고 춤에 죽는다'
합춤’에 빠진 양경원군(20·국민대 건축학과 2학년 휴학)을 만나러 가면서 랩듀오 ‘드렁큰 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란 노래가 떠올랐다.

‘음악같지 않은 음악들 이젠 모두 다 집어치워 버려야해, 우리가 너희들 모두의 귀를 확실하게 바꿔줄게 기다려 하하…(중략).눈을 감아 들어봐 온 몸으로 느껴진 전율 주는대로 받아 먹는 건 이쯤에서 그만둬야해.’

힙합? 머릿속엔 ‘헐렁한 바지와 화려한 머리색깔,흐믈흐믈한 춤,반항,자유’ 뭐 대충 이런 게 그려졌다.

그와의 약속시간은 오후 6시.서울 강변역 옆의 대형 쇼핑몰 광장에서였다.그는 이곳에서 공연이 있다고 했다.어떤 친구일까를 생각해 봤다.‘힙합춤을 하니까 헐렁한 옷에 노랑머리,귀고리를 하지 않았을까.’

예상은 별로 틀리지 않았다.“안녕하세요”라며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는 양군의 모습을 흘낏 살펴보니 머리엔 동그란 모자를 쓰고 있었고 머리는 노란색이었다.옷은 아니나 다를까,헐렁했다.등엔 배낭,귀에는 음악을 듣는 MD 리시버가 있었다.귀고리는 없었고….

양군은 어려서부터 춤을 좋아했다고 했다.초등학교 2학년때 가수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기 100m전’이라는 노래에 맞춰 발을 좌우로 움직이는 ‘스텝 댄스’를 따라하면서부터 춤이 좋았다.

‘힙합춤’의 세계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안양 호계중학교 3학년때.안양 신성고등학교의 축제에 놀러갔다가 ‘DL(Dancing Little)―BOYS’라는 신성고 힙합 동아리의 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아,바로 저거다.’

그는 이때 신성고에 들어가야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한다.결국 소원대로 신성고에 진학한 양군이 동아리 ‘DL―BOYS’에 가입한 것은 물론.이후부터 그의 머릿속엔 늘 춤이 자리잡고 있었다.전철을 타고 갈때도 리시버를 꽂고 귀에서 흘러나오는 힙합 음악에 맞춰 남들 눈치 안 보고 팔과 다리를 흔들어 댔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힙합 동아리 ‘BUSTA(즐겁게 떠드는 사람들이란 뜻)’ 활동을 했다.일주일에 3,4일 서너시간씩 친구들과 춤연습을 했다.선배한테도 배우고 TV에 나오는 가수들 춤도 녹화해서 연구했다.그것도 모자르면 일본 도쿄에서 NHK―TV의 ‘한국뉴스’ 아나운서로 활동중인 누나에게 춤 비디오를 부쳐 달라고 보챘다.

양군에게 “힙합이 왜 좋으냐”고 물어봤다.그는 “형식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어떻게 춤을 춰야 한다는 공식이 없다.그냥 음악에 몸을 실고 자유롭게 추면 그게 바로 힙합”이라고 했다.

“그럼 ‘막춤’과 뭐가 다르냐”고 다시 물었더니 “에이,그래도 춤추는 패턴이 있긴 하죠”라며 씨익 웃는다.

양군은 “예컨대 일어서고 앉는 ‘업 다운’,몸을 파도처럼 넘실대게 하는 ‘바디 웨이브’,로버트처럼 끊기게 하는 ‘팝’ 등 힙합춤엔 셀수없이 많은 동작이 있다.시선처리는 손발을 쫓는 게 기본”이라고 귀띔하며 사람 지나다니는 광장에서 자연스럽게 춤시범을 보였다.

그는 나중에 전문백댄서 등 프로로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의외였다.이유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재미없어진다.그냥 즐기기 위해선 직업이 되면 안된다”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힙합이란…▼

‘힙합(hip hop)’은 70년대 후반 뉴욕 할렘가에 거주하는 흑인이나 스페인계 청소년들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문화운동 전반을 가르키는 말.따라서 특정한 춤이나 음악으로 정의내리긴 어렵다.다만 ‘힙합’을 구성하는 몇가지 요소가 있는데 이는 랩(RAP),그래피티(Grafiti),브레이크 댄스,DJing(MIXING) 등이다.

랩은 빠른 비트에 맞춰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그래피티는 일종의 ‘낚서’라고 보면 된다.전철이나 건축물 등에 에어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게 바로 그래피티.랩에 맞춰 거리 땅바닥에서 추는 춤이 브레이크 댄스로 이 춤을 추는 사람을 ‘B―BOY’라고 한다.

DJing은 랩의 효과음으로 사용되던 LP레코드판을 DJ들이 손으로 앞뒤로 움직여 나오는 잡음(스크래치)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음악을 말한다.

한국에서 ‘힙합’을 처음 들여온 뮤지션은 가수 현진영으로 알려져 있고 서태지는 ‘하여가’ ‘컴백홈’ 등의 노래로 국내 음악계에 ‘힙합 열풍’을 불러일으켰다.90년대부터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힙합 스타일’은 보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형태의 패션,음악,댄스,노래 등을 지배하는 하나의 커다란 문화현상이 됐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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