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천공항 개항이 급한 게 아니다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32분


8년여의 대역사를 마무리짓고 29일 개항하는 인천공항은 국제사회로 연결되는 한국의 관문이요, 얼굴이다.

인천공항은 20여일 뒤로 다가온 개항을 앞두고 수하물 처리시스템(BHS) 등 공항 운영에 필수적인 시스템과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다. 5차례에 걸친 종합 시험 운영을 성공리에 치렀으나 지난달 27일의 시험에서는 수하물 처리 속도를 높이려다 소프트웨어를 잘못 조종해 화물이 잘못 분류되는 일이 발생했다. 수동으로 화물을 분류하던 김포공항과 달리 화물에 달린 바코드를 컴퓨터가 읽어 분류하는 인천공항에서 BHS가 오작동하면 도쿄행 화물이 엉뚱하게 뉴욕이나 베이징으로 갈 수 있다.

한국인들은 시작은 그럴듯하지만 마무리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나온다. 동북아의 허브(중추) 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공항에서 개항 첫날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속출한다면 이로 인한 손실과 이미지 실추는 실로 계량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명과 고가의 항공화물을 다루는 공항은 완벽 그 자체를 추구해야 한다. 철저한 시운전과 예행연습을 통해 남은 기간 개항 준비를 완벽하게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

홍콩 첵랍콕 공항의 개항 초기 혼란은 인천공항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홍콩 반환 1주년에 맞추느라 개항을 서두르다보니 첫날부터 항공기 수십편의 운항이 지연되고 승객들이 수하물을 찾는 데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인천공항이 동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자리잡으려면 수많은 장단기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나라의 관문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접근로를 민자로 건설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맡긴 것은 졸렬한 정책이다. 승용차의 편도 이용료 6100원은 물가감각에 비추어 너무 비싸다. 정부 지원을 늘려서라도 이용료를 낮춰야 한다.

다른 접근로가 없으니 대형 교통사고나 폭설 등의 사태가 빚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놓치는 사태도 예상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공항을 건설해 놓고 접근 수단의 취약성 때문에 인천공항이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

공항 접근로는 정시성(定時性)이 생명이므로 개항 전에 철도를 완성해야 했다. 이제 겨우 컨소시엄 지분 구성을 마친 공항철도 건설을 서두르고 제2연륙교 공사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당부는 개항 행사를 검소하게 치르라는 것이다. 적자 투성이 재정으로 10억원을 들여 호화판 개항 행사를 갖는다는 것은 분별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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