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萬歲(만세)

  • 입력 2001년 2월 27일 19시 16분


한자에서 十이나 百, 萬 등의 숫자는 ‘매우 많다’는 뜻도 있다. ‘十分’이니 ‘百萬長子’가 그렇다. 그리고 歲가 ‘年’을 의미하므로 ‘萬歲’라면 ‘매우 오랜 시간’, 즉 ‘영원’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 백년, 천년, 아니 무한정 오래도록(萬歲) 살고 싶은 게 人之常情(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하다. 중국 최초로 천하를 손에 넣었던 秦始皇(진시황)도 不老草(불로초)를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고작 50세를 사는데 그쳤을 뿐이다.

이제 사람들은 ‘人命은 在天’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진리는 그렇다 해도 오래 살고픈 욕망이야 어떻게 하겠는가. 특히 天下를 손에 넣어 부러울 것이 없는 天子라면 말할 나위가 없겠다.

과연 天子들의 長壽(장수)에 대한 열망은 식을 줄 몰랐다. 그들을 위해 각종 秘方(비방)이 나오고 자칭 不老長生術(불로장생술)을 익혔다는 道士들이 판쳤다. 우리도 잘 아는 漢武帝(한무제)는 초기 大漢帝國을 건설해 위세를 만방에 떨쳤건만 만년에 가서는 온갖 道術에 현혹돼 國庫(국고)를 텅비게 만들었다.

기원전 210년, 그가 華山을 오른 직후였다. 하늘 아래에서 제일 높은 뫼에 올랐으니 남다른 感懷(감회)가 없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大漢帝國의 天子가 아닌가.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오래 사는 것 외에는….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 있었다.

“萬歲!”

이렇게 하여 신하들은 누구나 그만 보면 ‘오래 살아라’는 뜻에서 ‘萬歲’를 외쳤다. 天子에 대한 칭송이 이보다 더한 것이 있겠는가. 이 때부터 萬歲는 天子에 대한 최대의 존칭이 되었다.

그런데 ‘萬歲’를 사는 것도 부족했던지 나중에는 ‘萬萬歲’라는 말까지 나왔다. ‘億年’인 셈이다. 唐나라 則天武后는 역사상 최초의 女皇帝였다. 부정한 방법으로 唐나라를 뒤엎고 帝位에 올랐으므로 늘 남이 자기를 극진히 떠받들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번은 궁중에서 白日場이 열렸다. 뭇 신하들의 작품을 보았지만 도무지 흥이 돋지 않았다. 그러다 마지막 한 신하의 시를 보고는 크게 만족해했다.

‘萬歲萬歲萬萬歲!’(만세만세만만세)

이 때부터 그녀는 자칭 萬萬歲라 하여 다들 그녀 앞에서는 ‘萬萬歲’를 외쳐야 했다.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는 모양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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