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국토정책]"이각범구상 실현됐더라면…"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9분


96년 7월4일. 당시 김광일(金光一)대통령비서실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현 경영정보연구원장인 이각범(李珏範·사진) 당시 정책기획수석의 ‘21세기 도시구상’ 계획 백지화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이수석의 청사진은 앞으로 도시는 도로망 상가 학교 녹지 등에 대한 완벽한 사전계획 아래 만들고 도심의 재개발 및 재건축 때 용적률을 대폭 낮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너무 환상적이야. 현실성이 없어”라며 백지화를 지시한 것. 당시 여론도 신도시 10여개 양산을 통한 경기부양책 등으로 폄훼하는 분위기였지만 요즘들어 “이수석의 청사진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실현됐다면…”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고 정책결정자의 통찰력과 의지 결여로 준비된 개혁이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된 대표적 사례입니다.”(최병선 경원대교수·국토도시계획학회장)

이원장도 “‘위험하고 순진한 발상이다. 증시의 돈이 모두 부동산으로 옮겨갈 것이다’는 왜곡된 보고가 올라갔던 것이지요”라며 씁쓸해 했다.

그은 “늦었지만 계획있는 개발이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가 지도자가 당장의 정치적 수요보다는 최소 5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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