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 '미사일 합의' 깨지면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6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을 겨냥해 나온 21일의 북한 외무성 담화는 앞으로 북―미(北―美)관계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이번 담화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대북(對北)정책의 방향을 정면 거부하면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빌 클린턴 행정부와 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약속까지 파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이날 담화에 대해 “미국의 새 정부가 대북 강경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이라며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사실 이번 담화는 북한이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가 힘의 우위 정책으로 나가는 데 대한 ‘엄포성’ 경고의 색깔을 강하게 깔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대한 우려와 초조감, 그리고 그에 따른 북―미 관계의 현상유지나 발전을 바라는 속내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만에 하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이 강경한 대응으로 나선다면 한반도 주변 정세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한 ‘위협용’ 카드로 제시한 미사일 재발사나 제네바합의 파기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냉전체제 붕괴 이후 간신히 안정을 되찾아 가는 동북아 정세 전반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당장 4강국간에 미묘한 역학관계를 촉발시킬 것이고 작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전개되고 있는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분위기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무대에 겨우 첫발을 내딛고 있는 북한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 줄 것이 틀림없다.

우선 부시 행정부는 대북 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엄격한 상호주의를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집행을 하기에 앞서 당사국들과 협상과 타협으로 조화점을 찾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북한 또한 미사일이나 핵문제를 과거처럼 ‘벼랑끝 외교용’으로 활용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왜 자신들에 대한 요구를 거세게 하려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지 평양 당국도 열린 마음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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