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역사기행

  • 입력 2001년 2월 16일 19시 17분


◇증오와 갈등의 땅에도 다양한 삶이 숨쉰다/오가와 히데키 지음/이종석 옮김/302쪽, 1만5000원/다빈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하면 항상 분쟁이 벌어지는 곳이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둘은 늘 배타적이고 서로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다.

또 이 지역은 성서처럼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 아니라 사막이 대부분인 척박한 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지역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다양성과 변화가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이스라엘은 좁은 땅덩어리에도 불구하고 그 지리적 조건이 아기자기하다. 남부 사막지대에서 갈릴리의 고원지대까지, 골란 고원 최고봉인 헤르몬산(2814m)에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사해(死海·수심 392m)까지, 덥고 습한 지중해성 기후의 텔아비브에서 여름에도 서늘한 예루살렘까지 다양한 기후와 지형이 존재한다.

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예리코(성서의 여리고)부터 그리스, 로마, 이슬람, 십자군원정시대 등 수천년에 걸쳐 쌓여온 유적들이 혼재한 ‘유적의 보고’다.

이스라엘 주재 일본 대사관과 UN 국제기구 등에서 근무한 저자는 당대의 현미경과 역사의 망원경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유적을 샅샅히 훑어가며 전해주는 역사기행과 시원스런 컬러 사진도 이 지역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재료가 된다.

저자가 전해주는 이스라엘은 히브리어를 쓰는 유대교 일색의 나라가 아니다. 수많은 이주자들이 세운 나라이기에 프랑스어 영어 등 유럽 언어들이 아직도 많이 쓰인다. 또 소련 붕괴 이후 건너온 60만명의 러시아계 유태인들은 대부분 러시아어 밖에 모른다.

더구나 이스라엘 인구의 20%는 이스라엘 국적을 갖고 있는 아랍계 주민들이다. 이들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아랍계 정당도 있고 국회의원도 배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이스라엘 국민의 절반 정도는 방법상 차이가 있지만 가자지구와 서안을 포기해서라도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바라고 있다. 유대교인이라 해도 생활 습관에 구애받지 않는 세속적인 사람이 50%가 넘고 정통파 유대교인은 20% 정도다.

이스라엘은 오히려 국론이 분열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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