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본발 금융위기설에 국내 증시도 촉각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27분


일본 경제가 심상치 않다. 만성 침체로 증시가 추락하더니 최근에는 금융시장 불안이 겹쳤다. 이른바 ‘3월 위기설’이다.

국내 증시도 일본 위기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경제의 속성상 주가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취약한 금융시스템으로 리스크가 높다는 양국의 공통점은 위기의 전이(轉移)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위기설의 실체〓닛케이주가의 하락으로 자산평가손실이 늘어난 금융기관들이 3월말 결산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 유지를 위해 대출금을 대량 회수하게 되면 기업과 금융기관이 연쇄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일본 은행들이 자체 산정한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9월말 현재 63조9000억엔으로 총자산의 8.11%, 총대출금의 12.94%. 담보가치 하락으로 부실규모가 100조엔이 넘는다는 말도 무성하다. 결국 은행들이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3월 결산을 앞두고 채권 회수를 하면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불가피해진다는 게 위기설의 골자. 국제금융센터는 ‘일본경제 3월 위기설의 배경 및 가능성’이란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금융권의 부실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부실채권 소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부닥친 것도 문제다. 일본은행(BOJ)이 9일 재할인율을 0.35%로 0.15%포인트 낮췄지만 별의미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콜금리(0.25%)가 더 싼데 비싼 중앙은행 돈을 왜 쓰겠느냐는 것이다. 통화정책마저 약발이 듣지 않는다면 경기 곡선의 방향을 돌려놓는 것은 당분간 힘들다.

▽국내 증시 영향은〓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정부 조치로 금융리스크가 줄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의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심리적 불안감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98년 인도네시아 지급불능 위기 때 일본발 금융위기설이 국내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엔화 약세도 걱정이다. 오연구원은 “일본금융위기로 엔화가 폭락한다면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악화로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아투자자문 최정현 사장은 “지속적인 금융 기업 구조조정으로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만성적인 금융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일본 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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