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저자 이름과 똑같은 세계 최고 한문사전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42분


“정말로 그 단어가 ‘모로하시’에도 없단 말이야?”

동양학을 공부하는 학자에게 이처럼 막막한 말은 없다. ‘모로하시’에도 없다면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한문사전 중 최고의 사전으로 꼽히는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의 별칭 ‘모로하시’. 전세계 동양학자들이 경외해 마지 않는 모로하시 데츠지(1883∼1982·사진)는 전 13권, 총 1만4000쪽에 이르는 이 사전의 ‘책임편집자’가 아니라 ‘저자’다. 수백명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 기획부터 완간까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30여년간 모든 책임을 그가 도맡아 했기 때문이다.

대만의 중국인들은 1960년에 완간된 이 사전을 보고는, 자존심을 억누르며 중국어 번역본인 ‘중문대사전(中文大辭典)’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원본보다 훨씬 질이 떨어진 이 번역본은 중국인의 자존심을 더욱 깍아 내렸다.

중국 본토에서는 1975년부터 덩샤오핑(鄧小平)과 저우언라이(周恩來) 등이 나서 독려하며 연인원 1000여 명을 동원해 18년에 걸친 작업 끝에 1994년 전13권(색인 포함)의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을 만들어 냈다. 그렇지만 아직도 동양학 연구자들은 ‘한어대사전’을 찾다가 나오지 않는 어구나 용례를 찾기 위해 다시 ‘대한화사전’을 집어든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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