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재위 결정 잘됐다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42분


문화재는 한번 망가지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는 국민의 재산이다. 경주 경마장 건설예정부지와 풍납토성안 재건축부지를 사적(史蹟)으로 지정해 보존하기로 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그런 뜻에서 잘 된 일이다. 이번 결정은 특히 국민에게 문화재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고 할 수 있다.

백제와 신라 두 고대왕국의 소중한 유적을 간직한 이 지역은 그동안 개발과 보존문제가 첨예하게 맞서왔다. 그래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는 곧 우리나라 문화재보존 정책의 흐름을 좌우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 문화재위가 보존결정을 내림으로써 다른 지역의 문화유산보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금 전국 곳곳에서는 난개발 등으로 많은 문화유산이 파괴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무분별한 건설공사로 수많은 문화유산이 훼손되고 있다. 대부분 사전에 문화유적 존재 여부를 살피지 않은 채 제멋대로 건설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관광진흥이란 이름 아래 경쟁하듯 유적지를 파헤치고 있다.

땅속은 물론 땅위의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고인돌의 경우 곳곳에 방치되고 있으며 일부지역에서는 이정표나 지방유지의 송덕비로 쓰이는 웃지 못할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경주 불국사에 있는 국보 20호 다보탑처럼 표면이 갈라지고 떨어지는 등 ‘중병’ 걸린 석조문화재들이 수두룩하다.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겨준 선조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문화재위의 결정이 전국 곳곳에서 파괴되고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살리고 보존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고도(古都)보전법을 제정하는 등 문화재 보호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최근 남북교류진전으로 건설이 추진되는 북한 개성공단이나 비무장지대(DMZ) 안 유적문제 등 한반도 전체의 문화유산 보존에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문화유적 보존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특히 이 사업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풍납토성의 경우 사유재산권도 중요하다는 현지 주민들의 절규에 귀기울여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경마장건설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기대를 걸었던 경주시민들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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