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읽었다]'우리 궁궐 이야기'外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29분


◇‘우리 궁궐 이야기’(홍순민·홍성사)

현재 경복궁 복원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경복궁의 본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아직 20여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미리 그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사라진 곳도 있고, 후원처럼 일반인은 갈 수 없는 곳도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마음껏 거닐 수 있었다. 숲과 나무를 함께 담은 저자의 노력으로 궁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경복궁이 자금성과는 다른 우리 정신의 표현물이고 한양에 5개의 궁궐이 있게 된 사연도 알게 되었다. 궁궐이 당시 위정자들의 모습과 당대 사상, 문화, 정신이 녹아든 상징이란 것도.

남유선(대구 남구 대명 5동)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박범신·창작과비평사)

어렸을 적 외갓집에 있던 조그마한 우물이 생각난다. 무엇이 있나 하고 힘껏 발끝으로 땅을 디디며 그 안을 바라보곤 했다. 그 곳엔 줄에 매단 두레박 하나와 금새 귀신이라고 뛰쳐나올 듯한 어둠이 있었다. 작가의 말대로 그 어둠은 검고 축축한 옷을 입은, 밤의 아저씨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선 높다란 건물에 불이 하나 둘 들어오면 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우리네는 언제부터 네모난 건물들을 바라보며 밤을 맞기 시작했던가? 오늘은 동그마한 우물 앞에서 숨어 있다가, 슬그머니 나오는 밤의 아저씨를 반갑게 맞고 싶다.

전두영(광주 남구 월산동)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같은 세상’(우디 알렌·황금가지)

조용한 도서관에서 몇 번이나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 미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도 그의 유머와 냉소가 이토록 재미있었으니. 그저 잡담일 것 같은 외피를 둘렀지만 문학, 철학, 역사, 심지어 음식에까지 이르는 그의 박식함과 상상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소심하고 이기적이고 시니컬한 그의 성품도 결코 밉지 않았다. 차라리 귀엽다고 해야 할까. 그의 영화를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은 극 중 캐릭터가 실재하는 것을 알게 돼 더 재미있을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하는 이라면 두고두고 읽을 만큼 우디의 캐릭터가 좋아질 것이다.

최윤정(서울 동작구 흑석 3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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