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오늘의 전망]'실적이 수급에 우선'격언 음미해야

  • 입력 2001년 2월 9일 08시 21분


미국 나스닥시장이 거래량이 격감하면서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은 국내정책당국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기업실적이 호전될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이 경우 시중에 돈을 풀어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도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일 나스닥시장은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로 45.74포인트(-1.75%) 하락한 2562.08을 기록했다. 거의 연초수준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 지난달 FRB(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100bp금리 인하를 무색케 했다.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재한 가운데 단기상승을 이끌 모멘텀이 없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월가의 진단이다.

이것은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확대, 한국은행의 25bp콜금리인하'가 국내증시를 부양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의 운용자산비율까지 언급하는 것이 과연 올바르냐는 원론적 문제제기와 별도로 경기회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연기금을 동원해도 주가를 끌어올리 수 없다는 게 대다수 견해다. 대통령이 아무리 주식투자를 독려해도 실적이 호전될 기업에 투자할 수 없는 것은 증권투자자의 기본 속성.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의지가 워낙 강해 마지못해 연기금이 주식을 매수하더라도 실적호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손실을 입을게 뻔하다. 기업실적이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판단되면 외국인이나 개인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총액비중이 30%를 넘는 외국인이 연기금 매수를 차익실현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등 국내외 증권사는 연초부터 유동성장세가 마무리될 무렵 한국정부가 연기금 등을 동원할 경우 외국인들이 차익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콜금리 인하도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단기호재.

문제는 콜금리 인하가 자금의 선순환을 가져와 경기회복을 가져올 것이냐에 있다.

해답은 미국경기의 하반기 회복여부에 달려있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증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반기 경착륙후 하반기 V자형회복'주장이 월가의 다수견해가 아니다.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처럼 하반기에도 소폭 반등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자들도 상당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즉 하반기 미국경기 반등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25조원 투자=연간 8조원투자'라는 수급개선에 고무돼 경기급랭이라는 펀드멘털을 간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현시점에선 '재료는 수급에 우선한다'라는 증시격언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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