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핼로란 칼럼]미국 보호무역 목소리 높아진다

  • 입력 2001년 1월 30일 19시 01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급격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계획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추진해 왔다. 부시 대통령의 계획은 한국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2일 그의 고향인 텍사스주의 필 그램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의 근로자 가정에 도움을 주고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상당 금액의 초과 세금을 납세자에게 되돌려주는 것 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세법안을 발의했다.

▼한국 對美수출에 먹구름▼

이 감세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오랜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근로자의 봉급에서 원천징수하는 세금을 낮추는 식으로 감세계획을 신속하게 실행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림으로써 소비를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경제를 부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램 의원의 감세법안 발의 3일 후 부시 대통령은 뜻밖의 강력한 후원자를 얻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관료인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5일 의회에서 "장기적인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늘리는데 재정 흑자를 사용하기 보다는 세금을 감면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고 증언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두가지 측면에서 한국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미국경제의 둔화는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지난해 10월 25억달러에서 11월에는 22억5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둘째, 미국의 경제가 둔화되면 보호무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미국 철강업계는 최근 부도와 인원 감축, 수익 감소 등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외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보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까지 대미 무역에서 11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과거와 비교할 때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 기간 중 77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일본을 앞질러 최대 흑자국이 되었고 일본도 753억달러의 흑자를 올렸다.

일차적으로는 미국 무역적자의 38%를 차지하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억제되어야 한다는 정치적인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간접적으로나마 이같은 논쟁의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 경제는 최근까지 10여년간 호황을 누려왔다. 이는 세수의 증가로 이어졌고 수년간 지속되어온 고질적인 적자재정의 고리를 깨고 균형재정을 이루게 했다. 이제는 국고가 튼튼해져서 재정 흑자분으로 정부 지출을 늘릴지, 세금을 감면할지, 아니면 국가 채무를 상환해야 할 지를 논의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논의는 2001년 한해 동안 경제 분야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현재 0(제로)에 근접했다고 추산했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경제 보좌관들은 대체로 자유무역주의자들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산업계와 노동조합 인사들 사이에는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띠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인권 운동가들과 환경보호론자들, 경제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부시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내정된 로버트 죌릭이 속해 있던 미 무역적자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를 요구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지지하며 국제무역협정의 이행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성장둔화 틈타 철강 노조등 요구▼

칼라 힐스 전 USTR 대표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이 위원으로 있던 이 위원회는 그러나 보고서를 내는 과정에서 위원들간에 심각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특히 미국 철강노조의 조지 베커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레스터 서로우 교수 등 민주당측 위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일부는 외국으로부터의 수입 때문에 미국의 산업계가 퇴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 수개월간 미국의 무역정책을 논의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 동안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공화당 인사들과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민주당 인사들, 또 노조 지도자들이 잦은 충돌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 뉴욕타임스 아시아지역특파원 ·현 아시아문제 전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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