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아미티지 발언 파문 확산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48분


“자꾸 좁혀도 시원치 않은데 벌어지기만 하니….”

‘한국 정부가 햇볕정책이란 용어를 쓰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정부가 정권의 운명을 남북관계에 걸고 있어 실패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등의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의 발언이 29일 알려지자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 관계의 앞날을 이같이 우려했다.

▼관련기사▼
정치권 진보 보수 중도 3人 시각

아미티지 내정자의 발언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공직에 정식 임명되지 않은 민간인이 사적으로 한 얘기이며 그 내용도 와전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 논평까지 내며 적극 진화에 나선 것은 이 발언의 기저에 깔린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상호주의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근본적인 시각차가 앞으로 양국간 불협화음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 분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정부, 국내여론 분열 우려▼

▽상호주의에 대한 한미의 차이〓정부의 대북 상호주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풀어 나간다’는 ‘기능주의적 접근법’이다. 물 펌프에서 물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물을 먼저 넣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99년 1월7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대북 상호주의 원칙은 지키되 사안에 따라 비동시적 비대칭적 비등가적으로 연계하는 등 탄력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혀 ‘느슨한 상호주의’를 공식화했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전향장기수의 북송 등으로 상호주의 논쟁이 가열되자 “따지고 보면 북한이 우리에게 준 것이 더 많다”며 그 대표적 예로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주장 변화와 남북국방장관회담 개최 등을 들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북한에서 받은 것은 ‘말뿐이지 실질적인 행동은 없다’는 것이 아미티지 내정자 등 미 공화당 인사들의 시각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하나 주면 반드시 하나 받기’ 식의 불필요한 명분 경쟁을 지양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측은 이를 ‘북한에 끌려 다닌다’고 보고 있다.

▼美 "먼저 받기전엔 안준다"▼

▽상호주의에 대한 북―미간 변화〓지난해 6월19일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는 같은 해 5월 열린 북―미 로마회담 합의에 따라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발효했다. 북한은 이틀 뒤인 6월21일 그 화답으로 ‘미사일 발사 유예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시 행정부에서는 이런 모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대북 상호주의는 북한으로부터 ‘먼저 받기 전에는 주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 정책과 우리의 대북 정책이 똑같을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그렇지만 북한을 국제사회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힘을 가진 미국이 소극적인 대북 정책을 펼 때 우리의 대북 정책도 영향받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