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일본열도 왜 감동하나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0분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한국의 젊은이 이수현(李秀賢·26)씨에 대해 수많은 일본인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용기 있는 행동이 언젠가 잊혀진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40대 주부)

“최근에 이런 감동적인 뉴스는 없었다. 국민이 감사장을 전달해야 한다.”(70대 남자)

일본의 신문사 등에는 이런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 신문들은 이씨에 관한 기사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으며 아사히 등 각 신문이 조위금 모금계좌를 게재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방송들도 연일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이씨의 정의감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정의감만을 놓고 보면 이씨와 함께 선로로 뛰어든 일본의 40대 카메라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교가 안될 정도로 이씨에 대한 보도가 많다. 왜 그럴까. 일본인들의 열띤 반응 속에는 ‘한국의 젊은이’에 대한 경외심이 스며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훌륭한 젊은이를 길러낸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60대 남자)

“한국의 젊은이는 타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유교 정신을 갖고 있다.”(70대 남자)

“나이가 같은 큰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정말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이씨를 위해 합장했다.”(50대 남자)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눈총은 따갑다.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국가관마저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사회는 이씨의 죽음을 통해 자국의 젊은이가 잃어버린 ‘그 무엇’을 발견한 것처럼 보인다. “이씨의 죽음이 일본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하고 싶다”는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의 말은 일본 기성세대의 심경을 대변한다.

평소 한일간의 가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는 이씨. 그의 꿈이 안타깝지만 죽음을 통해서 일본에 뿌리를 내리는 것 같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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