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뉴욕타임스]아시아 영화 "미국으로… 유럽으로…"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27분


홍콩 영화배우 청룽(成龍)이 만든 액션 영화에서는 현란한 동작이 정신없이 이어진다. 반면 대만의 영화감독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Two)>은 마치 관조적인 소설 같다. 하지만 이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시아 영화의 대대적인 서구진출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른바 ‘아시아 영화의 대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예전에는 예술 영화관에서만 상영되던 아시아 영화들이 미국과 유럽의 일반 극장에 진출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갑작스러운 현상이다. 중국 대만 한국 홍콩 등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나라들 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에서도 서구로 수출하는 영화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또 한때 아시아 영화들을 다루지 않았던 국제영화제들도 이제는 아시아 영화 분과를 따로 개설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런 아시아 영화 붐에 힘입어 <하나 그리고 둘>은 최근 뉴욕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지난해에 개봉된 외국 영화 중 최고의 영화로 지명됐다. 전미영화비평가협회는 이 영화를 모든 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으로 꼽기까지 했다. 또 왕자웨이(王家衛)감독의 세련된 로맨스 영화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는 지난해 파리에서 개봉된 영화 중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밖에도 <결혼피로연(The Wedding Banquet)>을 만들었던 대만출신 리안(李安)감독의 신작 무술영화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은 중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예술 영화관을 박차고 나와 일반 영화관으로 진출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개봉됐던 모든 외국어 영화 중 최고의 수익을 올릴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린 외국어 영화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5800만달러)였다.

할리우드는 이미 아시아 최고의 영화인들을 끌어들여 아시아 영화의 약진에 궁극적인 찬사를 바쳤다. 1980년대에 혁신적인 갱영화들로 홍콩 영화의 얼굴을 바꿔놓았던 우위썬(吳宇森)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미션 임파서블 2>를 만들었고, 그가 창조해낸 스타 저우룬파(周潤發)는 이제 미국 영화에서도 자주 캐스팅되는 배우가 됐다.

최근 서구에서 아시아 영화가 이처럼 커다란 관심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한 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아시아는 너무나 크고 복잡한 대륙이기 때문이다. 서구 사람들은 잘 구분할 수 없을지 몰라도 아시아 국가 사이의 문화적 차이는 서구 국가들만큼이나 크다. 따라서 임권택 감독의 빼어난 영화 <춘향뎐(Chunhyang)>과 홍콩에서 유행하는 경찰 스릴러물, 또는 이명세 감독의 고도로 세련된 범죄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Nowhere to Hide)> 사이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아시아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명제가 하나 있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할리우드에 대한 대안이 형평없을 정도로 드문 요즘 세상에서 아주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하나 그리고 둘>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들이 결코 좋아하지 않는 일상생활의 현실을 잔잔하게 다루고 있다. 한편 <와호장룡>은 일상을 초월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 어떤 미국 영화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영화의 이런 특징들은 컴퓨터 특수효과를 할리우드보다 훨씬 나중에 도입했던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면서 생긴 것이다.

미국 영화 <버티칼 리미트>에서 크리스 오도넬이 정복한 산은 컴퓨터로 합성된 가짜 산이지만, 80년대에 만들어진 홍콩 영화에서 청룽은 어려운 스턴트 장면들을 직접 연기했다. 따라서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죽음과 재앙에 대한 공포는 대단히 현실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또 마치 뺨을 한 대 후려갈기듯이 강렬한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배열해서 빠르게 이어나가는 미국 액션 영화들과는 달리 아시아 영화는 롱테이크와 롱샷을 비교적 즐겨 쓴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http://www.nytimes.com/2001/01/14/arts/14KEHR.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