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33가지 동물로 본 우리문화의 상징세계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39분


◇33가지 동물로 본 우리문화의 상징세계/김종대지음/444쪽 1만4000원/다른 세상

‘단군신화’에는 우리 민족을 곰이 여자로 변신한 웅녀(熊女)의 자손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면 ‘환웅의 짝’은 곰보다는 용맹하고 기품있는 호랑이쪽 아닐까. 실제 곰이 우리 민간신앙에서 신성하게 여겨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미련하고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동물로까지 평가절하돼 있다.

곰의 지위가 이처럼 변한 것은 우리 민족이 수천년간 살아온 이 땅의 문화 지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렵 문화에서는 곰이 신으로 여겨졌지만,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신의 지위에서 쫓겨난 것이다.

이 책은 민속에 나타난 동물들에 대한 다양한 상징과 변화를 ‘문화적 코드’로 해석한다. 개는 집안과 주인을 지켜주는 수호자로, 돼지는 재물과 복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상징된다. 그런가 하면 엄마 개구리의 속을 태우는 ‘불효막심’한 청개구리는 올챙이에서 성장하는 자신의 생태와 관련해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상서로운 존재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동양의 사상과 정서는 자연을 매개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며 “동물 상징의 세계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큰 틀”이라고 밝혔다.

기존 민속 상징과 관련된 저서들이 열두 띠에 해당하는 동물들을 다룬 반면, 이 책은 까마귀 여우 잉어 등 기록으로 찾을 수 있는 동물 33가지로 확대했다.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동물들에 관한 민요나 민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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