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현대전자, 해외매각 등 구체적 해결책 필요

  • 입력 2001년 1월 12일 12시 18분


사실상 '부도상태'였던 현대전자가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로 기사회생했다.

현대전자는 지난연말 만기도래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 모두 50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기술적 부도상태'였다. 12일 산업은행이 회사채 80%를 인수하고 나머지 잔액은 현대전자가 지불하면 일단 '급한 불'을 끄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으로 종결된 것이 아니라고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전자의 부채가 영업이익에 비해 과도하게 많아 독자생존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게 이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정부도 무한정 자금지원하기 어려운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현대전자의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3조 4000억원. 분기별로 세분하면 9510억원(1분기) 2610억원(2분기) 7960억원(3분기) 1조 3520억원(4분기) 등이다.

여기다 LG반도체 인수대금 4000억원과 은행차입금 1조 3980억원 등을 감안할 경우 현대전자가 올해 갚아야할 부채는 모두 5조 1590억원이다. 2002년에도 1조 8640억원, 2003년엔 3380억원 등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물론 산업은행이 만기회사채의 80%를 인수하면 자체 상환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올해 회사채 물량중 20%인 6680억원을 상환하면 된다. 은행차입금과 LG전자 미지급금도 최근 정부가 6억달러로 수출환어음(D/A)한도를 확대해 줘 지급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방식이 현대전자 부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혹평한다.

산업은행이 올해 만기도래하는 부채를 1년 연장해 줄 경우 2002년에 현대전자가 상환해야 할 부채는 5조 8000억원대로 급증한다. 내년 이자비용이 대충잡아 58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설사 올해 회사채를 만기연장 하더라도 이자지급비용만 최소 3400억원이 넘는다.

현대전자가 올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흐름이 6846억원(UBS워버그증권)에 불과해 원금상환은 커녕 이자를 지급하기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여우 피하다고 호랑이 만나는 상황'을 증시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여기다 올해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설지도 불투명하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종 애널리스트드들은 하반기 DRAM가격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전제아래 국내외 증권사들은 올해 현대전자의 적자규모를 5000억원에서 7000억원정도 추정하고 있다.

김성인 동원경제연구소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현대 개당 2.8달러선의 64M DRAM가격이 하반기 4달러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추정한 손실이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이같은 전망이 틀릴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경제 특히 IT 업종의 침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DRAM가격의 반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할 경우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가격대가 하반기까지 지속된다면 현대전자의 적자폭은 1조원을 쉽게 넘을 것이다"고 인정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정부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전자 매각설이 구체적으로 흘러다니는 것이 그 반증이다.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지금부터 현대전자의 회사채 만기연장 뿐만 아니라 해외매각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한보철강이나 대우차의 전철을 밟기에는 국내경제가 처한 상황이 너무 화급하다고 지적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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