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銀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 WTO규정 위반되나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56분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가 국제 통상마찰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보완에 나섰다. 산은의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금리를 당초보다 올리고 현대전자로부터 자구계획을 받기로 한 것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가 미 정부에 제기한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규정 위반여부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0일 “산은의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금리는 증권업협회가 고시하는 기본금리에다 0.4%포인트의 가산금리 및 신용보증 수수료율(0.1%포인트), CBO펀드 후순위채 인수부담분 등을 포함해 14%선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구계획에는 이자보상배율과 부채비율 등 재무상 이행목표를 정하고 이미 마련한 자구계획 이행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자 배려한 ‘특정성’ 여부 논란〓WTO가 금지하는 정부보조금은 ‘특정산업이나 기업에 한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현대전자 등과 경쟁하고 있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이번 제도가 “현대전자를 살리기 위한 편법이며 특혜”라고 주장한다.

한국정부는 특정 기업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올해 회사채 차환발행이 어려운 신용등급 A 이하의 기업 전부가 대상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최중경(崔重卿)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은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국책은행이 주차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금리보다 낮으면 규정위반 가능성 커〓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현대전자가 적용 받는 회사채 인수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을 경우(정부가 비싸게 사주는 경우) 정부보조금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현대전자가 모집한 신디케이트론의 경우 13%대 금리인데 산은이 이보다 낮게 인수할 경우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

박용만(朴龍萬)재경부 관세심의관은 “WTO규정의 ‘재정적 지원’에는 감세와 함께 정부지출 금융지원 등이 포함된다”며 “특정기업에 대해 시장금리보다 낮게 인수할 경우 규정위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될까〓정부가 회사채 인수금리를 시장금리 대로 하기로 보완함에 따라 규정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평가다. 미국은 공식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어 WTO 제소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WTO가 정부보조금으로 인정할 경우 현대전자는 미국 수출품목에 대해 관세보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재경부 관계자는 “현대전자가 금리를 낮춰달라고 버티고 있지만 이럴 경우 자칫하면 한국정부가 도와준 몫을 미국 정부가 보복관세를 매겨 빼앗아 국부가 유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염려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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