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6집 발표하며 돌아온 록커 신성우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33분


지난해 12월 23일 세종대 대양홀. 대기실에서 초조해하던 가수 신성우(32)는 공연장에 몰려온 팬들을 보고 왈칵 눈물을 삼켰다.

2년반 만의 복귀 무대. 그것도 탤런트 채시라와 파혼으로 파문이 있었던 만큼 부담도 컸다. 기획사도 "하도 걱정이 돼 사장도 직접 매표에 나섰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2500여석의 공연장에 2000여명이 몰렸다. 신성우는 "정말 기대를 안했지만 그것은 팬들의 오랜 정표로 여겨 열창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새음반 ‘아이덴터티’(6집)을 냈다. 오랜 공백은 혹 파혼의 충격 때문이 아닐까.

"아니에요. 선 긋기를 확실히 하는 성격이어서. 다만 노래를 창작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입니다."

그동안 그는 뮤지컬 '록 햄릿' '드라큘라'에 출연했고 조각 전시회(중앙대 조소과를 나왔다)도 두차례 가졌다. 그는 "조각은 시각에, 음악은 청각 이미지에 호소하는 예술이지만 각각 표현의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며 "이번 음반은 조각에서 아쉬웠던 느낌을 채웠다"고 말했다. 즉 조각 작업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을 보이지 않는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음반의 타이틀곡은 '이연(異緣)'으로 한음 한음 명징한 기타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컬이 속삭이는 듯하다가 활화산처럼 터지는 록발라드다. 가사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과 은유로 담고 있다. 신성우는 "이때 연인은 사랑하는 사람도 되지만 친구나 가족 등 모두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연은 기이한 인연이란 뜻의 불교 용어"라고 말했다.

새 음반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했다. 정통 록을 구사해온 그가 컴퓨터와 록과의 접점을 시도한 것이다. 수록곡 중 '내안의 바다'는 기계음이 많은 노래. 그는 "기계음과 라이브 연주의 온기를 섞어 색다른 느낌을 내도록 시도했다"며 "양복 바지에 삼베 옷을 입은 격이지만 멋있어 보일 때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가 직접 쓴 수록곡들의 가사는 자기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다. 로큰롤 풍의 '조이 라이드'에서는 '나는 그저 달리고 싶어'라고 외치고 있고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내 안의 바다'는 내면에서 전쟁 중인 증오와 희망에 대해 묻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14년간 길러온 긴 머리카락을 자른 게 외모의 두드러진 변화다. 긴 머리는 92년 데뷔이후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는 "긴머리가 주는 우수의 이미지가 고정돼 자유스럽지 못했다. 머리를 짧게 하니 방송사 간부들이 인사를 잘 받아 주더라"며 웃었다.

그는 몇 안되는 로커 중 한사람이다. 록 시장은 댄스에 위축된듯하나 대학가의 인기 장르다. 그는 "록은 곧 젊음"이라며 "봄부터 전국 대학을 돌며 순회 공연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어릴적에 록 선배들에게 서운한 점이 많았어요. 지난 10여년간 록은 갈수록 황무지가 됐습니다. 나도 후배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서 록 시장을 개척해야겠어요."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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