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폭설에 스키장'함박웃음' 백화점'아연실색'

  • 입력 2001년 1월 9일 19시 00분


《폭설로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빙그레 웃음을 띠는 이들도 있다. 폭설로 인한 경제적 손실 못지 않게 장기적 이익또한 적지 않다. 폭설로 인한 희비(喜悲) 쌍곡선과 폭설의 경제학을 점검해 본다.》

▽지하철〓교통대란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 이용객이 늘면서 덩달아 운임수입도 급증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폭설이 내린 다음날인 8, 9일 지하철 승객이 10만명씩 더 늘었다. 이는 평소보다 2.5%정도 늘어난 수치. 지하철 5∼8호선의 경우 각 노선마다 하루 평균 20만명의 승객이 증가해 평소보다 14.6% 늘었다.

결국 폭설로 지하철 이용객이 총 30만명 정도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1인당 평균 운임(420원)기준으로 하루에 1억2000여만원씩 운임을 더 벌어들인 셈이다.

▽스키장〓경기 포천 베어스타운의 한 관계자는 “한 시즌에 60일 가량 인공눈을 만드는 데 2억5000만원정도가 든다”며 “그런데 이번 폭설로 보름동안은 인공눈을 만들 필요가 없어 500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게 됐다”고 희색이 만연. 베어스타운측은 교통소통이 원활해질 이번 주말이면 양질의 슬로프를 즐기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스키어들이 스키장을 찾을 것으로 낙관적 기대.

▽대형 할인점, 카센터 특수〓대형 할인점들은 자동차 월동용품이 날개돋친 듯이 팔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삼성 홈플러스는 지난해말 점포당 한달에 7000만원어치 정도 나가던 스노체인이 7∼9일에는 하루 1000만원어치씩 날개돋친 듯 팔렸다.

신세계 이마트도 점포당 하루 20∼30개씩 나가던 스노체인이 평균 250∼300개로 10배 가량 늘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한 스프레이식 체인과 성에제거제 등 자동차 용품은 물론이고 남녀 내의와 난방기기 전기장판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TV홈쇼핑과 인터넷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폭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CJ39쇼핑은 7일 매출이 평소 주말에 비해 25% 증가한 28억원에 달했다. 특히 일부 캠코더는 1시간 동안 모두 500여대(5억원 상당)가 팔려 눈길을 끌었다. 눈길 접촉 사고로 카센터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성북구 한 카센터는 “의뢰 차량이 3배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바겐세일〓새해 첫 바겐세일에 나선 백화점들은 9일 또다시 폭설이 내리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5일 세일을 시작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처음 이틀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0∼25%씩 늘었다. 그러나 휴일 대목인 7일 폭설이 내리자 매출이 뚝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기획실 이선대 과장은 “본점을 찾는 고객의 대부분이 자가 운전자들인데 빙판길이 두려워 쇼핑에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5, 6일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으나 7∼9일에는 전년보다 30%까지 감소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폭설 직후인 8일, 농수산물 반입이 차질을 빚자 채소류 등의 경매가격이 7∼8% 폭등했다. 특히 이번 폭설로 채소동 지붕이 무너져내려 채소류 경매는 인근 과일동으로 옮겨서 진행중인 상태다.

반입물량이 원상 회복되면서 상추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정상화되고 있지만 채소동 건물이 복구되려면 앞으로 네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잇따른 폭설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제설작업〓제설작업에 나선 공무원들은 휴일을 반납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폭설이 성탄절, 신정연휴는 물론 주말에 집중됐기 때문. 서울시의 경우 폭설이 내린 7일 시 소속과 25개 자치구 등에서 공무원 3만5000여명이 제설작업에 투입됐다. 이에 앞서 성탄연휴에 1만여명, 신정연휴때 5만여명 등 연인원 10만여명의 공무원들이 동원됐다.

연일 폭설이 내리자 환경미화원 등으로 구성된 제설요원뿐만 아니라 시청과 구청의 도시과와 건설과 등의 사무직 공무원들까지 대거 동원되고 있다.

<신연수·정연욱기자>jyw@donga.com

▼손익 따지면…▼

7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내린 눈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9일 오후 4시 현재 전국에서 대략 2706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또 도로제설 비용도 서울시 7억2000만원, 도로공사 7억6000만원 등 전국적으로 50억원대에 이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비행기 결항 등으로 입은 손실액도 20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눈길 저속 운행에 따른 전국의 고속도로와 시내도로의 혼잡비용도 수백억원대. 교통개발연구원 안강기 연구원은 “이번 폭설로 전국 고속도로의 혼잡비용이 60∼10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7∼9일까지 전국의 고속도로와 지방도를 합치면 수백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집계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현재 전국의 비닐하우스 2533ha가 무너졌다. 닭 오리 등 가축폐사가 전국에서 29만1000마리였다. 축사도 23ha가 파손됐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경우 하루 평균 5500t의 청과가 반입됐으나 8, 9일에는 최고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오이는 20kg 한 상자에 28500원(6일 기준)에서 31500원(9일 현재)으로 불과 3일 사이 10%가 올랐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7일부터 9일 오후 3시 현재까지 내린 눈을 비로 환산한 결과 전국 댐에 평균 25㎜ 정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30% 정도가 댐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약 1억6000만t, 40억원어치다. 겨울가뭄 해소와 대기정화 효과는 더없이 크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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