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법리로 본 '의원 꿔주기'

  • 입력 2001년 1월 8일 18시 23분


연초부터 사생결단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쟁(政爭)의 씨앗은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입당. 여당은 국정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비열한 정치술수라며 비난한다.

공방의 주역인 민주당의 김중권(金重權)대표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모두 법조인 출신. 그래서 그런지 양당은 법률적으로 의미부여를 하고 그에 맞춰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의원 임대차(賃貸借)’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친족법(민법 친족편)의 ‘양자(養子) 입양’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야당은 ‘원상회복 청구’를 하겠다고 벼른다. 이들이 던져놓은 말(?)을 타고 법률여행을 떠나보자.

▽임대차 계약 유효한가〓임대차는 당사자의 일방(임대인)이 상대방(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은 차임(借賃·임대료)을 지급하는 것으로 민법 618조 이하에 상세히 규정돼 있다.

의원 입당을 임대차계약으로 본다면 임대인은 민주당이고 임차인은 자민련이다. 민주당은 의원 3명이라는 ‘목적물’을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사용 수익하게’ 해주고 자민련은 국회표결에서 ‘거수기’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차임’을 지불키로 약정했다고 상정할 수 있다.

또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수선(修繕)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따라서 임차인(자민련)은 입당의원들이 강창희(姜昌熙)의원처럼 ‘돌출행동’을 하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임차인은 목적물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관리해야 하고 전대(轉貸)도 할 수 없으므로 자민련은 의원들을 다시 다른 당에 입당시킬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임대차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다. 임대차의 ‘목적물’은 토지 건물 농지 등 ‘물건’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방법도 있다. 해당의원들이 ‘인간’이 아니고 ‘물건’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입양의 유효여부〓의원입당을 입양으로 파악하면 민주가(家)의 ‘자녀’인 의원 3명이 자민련가(家)로 입양돼 양자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양자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자가 될 당사자가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민법 870조1항). 그런데 해당의원 3명은 독자적 결정이라고 했고 민주당의 가장(家長·총재인 김대중대통령)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으므로 이들의 입양은 취소대상이다.

법조인들은 의원 3명의 당적 변경은 실정법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지만 소속 정당과 인물을 함께 고려해 투표한 선거구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정치도의적으로 원천 무효라고 말한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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