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KBO·구단·선수·용품업계 "제발 파국만은…"

  • 입력 2001년 1월 5일 18시 33분


94년은 박찬호(27·LA다저스)가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한 첫해. 메이저리그에 직행했지만 시즌초 잠깐을 제외하곤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던 그는 메이저리그 엔트리가 35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빅리그에 복귀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웬 날벼락인가. 그해 8월12일 시작된 메이저리그 파업은 해를 넘겨 3월31일까지 계속됐고 박찬호는 ‘무늬만 메이저리거’인 채 한 경기도 나가지 못했다.

미국프로야구는 이 기간 동안 정규시즌 921경기와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고 관중 감소는 2025만명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미국경제의 추정 손실액이 수천억달러가 될 거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파업으로 인한 시즌 중단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선수협 사태’가 끝모를 강경대치를 계속하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메이저 방송사간의 무한경쟁으로 얻은 중계권료의 대폭 인상(총액 기준 약 70억원)과 타이틀 스폰서십 확보(약 35억원)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재정 자립기반을 마련했지만 시즌이 일정기간 열리지 못하거나 전면 취소될 경우 다시 구단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타격이 크다. 서울시의 경우 두산, LG와 잠실구장 장기임대계약을 맺어 한해 임대료 수입만 30억3200만원을 챙기고 있다. 구장내 매점과 식당, 그리고 야구용품 업체도 울상이 될 게 뻔하다. 선수들도 활동기간이 시작되는 2월부터 당장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구단도 관중수입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프로야구에선 구단이 선수에 비해 두배정도로 파업 손실액이 많은 것으로 조사돼 있지만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의 경우는 구단보다는 선수의 연봉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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