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비문화적’ 문화재 안내판 많다

  • 입력 2001년 1월 2일 22시 27분


충북 청주의 용두사지 철당간(龍頭寺址 鐵幢竿). 고려 광종 때 만들어진 국보 제41호로 절 앞에 깃발을 세워두기 위해 만든 일종의 깃발꽂이로 부처의 위신과 공덕을 나타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또 배의 모양을 띤 청주성 중앙에 돗대처럼 세워져 순항을 축원하는 풍수지리적 성격도 띠고 있으며 원형 철통 20여개를 어긋남 없이 쌓아 올린 과학성도 돋보인다.

하지만 정작 안내문에는 철당간의 정의와 흥미를 끌 배경, 조상의 과학기술적 우월성을 알려주는 내용이 전혀 없다. 지주의 높이와 개수 등을 기록한 뒤 당간에 명문(銘文)이 있어 건립연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다.

안내판 중간에는 ‘주목할 것은 원통 철통 표면에 당기 명문이 양각으로 기록돼 있다’라고 주어와 술어를 맞지 않게 적은 문장도 있다.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한국 방문의 해’. 하지만 최근 충북도 산하 충북개발연구원이 도내 국보 10점 보물 47점 사적지 16개소 등 국가지정문화재 73곳의 안내판을 조사한 결과 내용과 문법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조사에 따르면 충주의 중원고구려비(中原高句麗碑·국보 제205호) 안내판의 경우 절반 가량이 비 자체에 대한 설명이지만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라든지 고구려가 비를 세운 목적과 상징효과, 광개토대왕과의 관련성, 비를 발견한 일화 등은 빠져 있다.

또 충주의 탑평리 7층석탑(국보 제6호)의 영문 안내판은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고 문화재의 위치를 표현하면서 대략이라는 의미의 영어 ‘approximately’ 앞에 불필요한 ‘at’를 넣는 등 틀린 어구가 3,4곳이 발견됐고 ‘of’를 ‘fs’로 잘못 쓰기도 했다.

충북개발연구원 김양식(金洋植)연구원은 “한 설문조사 결과 내국인의 28.5%와 외국인의 41.5%가 ‘문화재 안내판을 읽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며 “안내판을 체계적으로 바꿔나가야 관광객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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