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일본 대장성 간판 내린다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31분


일본의 ‘관청 중의 관청’ 대장성(大藏省)이 5일 밤 간판을 내린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재무성으로 이름이 바뀌는 것.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대장’이라는 말은 ‘큰 곳간’이라는 뜻으로 701년경 당나라에서 율령제가 도입된 이래 사용된 말이다.

대장성은 메이지(明治) 천황의 근대화 조치로 행정부가 설치될 때 재무 등을 담당하는 부처 명칭이 됐다.

대장성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경제발전 과정을 주도한 최고 엘리트 관료 집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한편으로는 재정과 금융부문을 장악하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며 일본을 ‘관료지배 사회’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보를 독점하고 밀실 행정을 일삼아 일본 경제의 틀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는 것.

대장성 개혁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은 1990년대 들어 대장성 관료의 오직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부터다.

금융기관 등에 대한 인허가권을 남용하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건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대장성 관료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 또 밀실행정을 통해 주택금융전문회사 등 금융기관의 부실을 키워온 데다 재정적자 구조를 만들어 일본을 세계 최대의 빚더미 국가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강하게 일었다.

96년 행정개혁이 본격화되면서 권위와 권력의 상징인 대장성이라는 이름 대신 소관업무의 내용을 알기 쉽도록 현대식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야당의 목소리가 강해 야당이 제안한 재무성으로 하게 됐다.

대장성 관리들은 명칭의 역사성을 들어 부서 이름을 바꾸는 데 반대했다.

그렇지만 98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는 “그렇게 따진다면 ‘병부성(兵部省)’같은 옛날 관서 이름도 되살려야 할 것”이라며 보존론을 일축했다.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대장성의 역할도 축소된다. 크게 보아 금융과 재정 기능 중 재정만 담당한다. 금융감독 부문은 금융청, 금융정책 기능은 일본은행에 각각 넘어간다. 재정부문에서도 예산편성 기본방침이 내각부 산하 경제재정자문회의에 넘어가게 되는 등 부서의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