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화성신도시 예정지 표정…주민들 덤덤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47분


28일 정부와 여당의 합의에 따라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로 확정된 경기 화성군 태안읍과 동탄면 일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성 신도시 사업이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침체된 건설경기 활성화와 수도권 주택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

그러나 29일 현지 주민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반응은 예상 외로 덤덤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기엔 너무 멀고 교통망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한 자족기능을 갖춘 신도시가 되지 않는 한 신도시 조성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분당신도시 절반크기▼

▽현지 상황〓신도시가 들어설 태안읍과 동탄면 일대에는 야트막한 야산과 논밭이 널려 있는 사이사이에 삼성반도체와 화성지방산업단지가 있다. 신도시 개발을 놓고 시선이 집중돼 있지만 들뜬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농로 주변으로 ‘나홀로’ 아파트와 중소 공장들이 덩그러니 들어서 있을 뿐이다.

신도시와 접한 곳의 아파트 평당 시세는 300만원선 정도지만 거래는 거의 끊어진 상태였다. 땅값도 아직까지는 조용했다. 삼성반도체 주변 준농림지가 평당 50만∼60만원선이며 신도시 예정지역은 평당 20만원짜리 땅도 많다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개발 어떻게 될까〓화성신도시는 분당신도시(590만평)의 절반에 가까운 274만평. 건설교통부는 이곳에 인구 12만명을 수용하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4만 가구를 지을 예정. ㏊당 인구밀도를 분당(198명) 과천(274명) 등보다 훨씬 낮은 135명 수준으로 책정, 쾌적한 전원형도시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체택지의 40%를 단독주택지로 배정해 전원주택단지를 만들 방침.

정부는 후보지 주변에 산업단지가 있으므로 앞으로 만들어질 신도시는 자족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토지공사 윤정열과장은 “주변 공장 근로자가 5만여명에 이르러 수요가 충분하다”며 “반도체 등 첨단 산업시설과 신도시가 연계돼 화성신도시 내에서 주민 생활의 대부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계와 주민 반응〓한마디로 화성신도시 조성에 대해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화성신도시와 인접한 수원시 망포동과 서천리 등에 99년초부터 8000여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는데 절반이 미분양된 상태. A건설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판교를 미뤄둔 채로 아파트가 팔리지도 않을 곳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태안읍 병점리 미주공인중개사무소 이태원씨는 “주변 아파트 수요자는 90% 이상이 수원 거주자”라며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할 때 서울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게 성공의 필수조건인데 수도권 주민들이 이 곳까지 찾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수원시도 미분양인데…▼

▽판교 신도시 개발이 관건〓건교부 한 관계자도 “판교와 화성을 동시에 개발하지 않는다면 신도시 개발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화성개발로 도로 전철 등 기반시설을 마련할 재원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성신도시 조성을 위해 서울 양재동∼기흥 영덕간 건설 예정인 고속화도로를 화성∼오산까지 연장키로 하고 주변 3곳 도로를 확장키로 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의 상당부분을 판교 개발 이익으로 충당해야하므로 판교 개발이 화성신도시 조성의 필요조건이 되는 셈이다.

<화성〓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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