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선수협사태 크게보라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30분


‘너무 가까워 잘 보이지 않을 땐 멀리서 바라보라’는 말이 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협 사태’에 꼭 들어맞는 말이다.

KBO를 비롯한 8개 구단측은 선수협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 집행부는 주장모임이 아닌 불법 총회에서 선출된 만큼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고 선수협측은 ‘선수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총회였기 때문에 집행부는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 보자. 먼저 구단은 왜 선수들이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수협을 만들려고 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프로야구에는 직업선택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뛰어넘는 ‘악법’이 분명히 남아 있다. 선수협이 노동조합의 전 단계로서 해마다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는 구단의 목을 조르는 위험단체라는 일부 구단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3월 문화관광부의 중재에 따라 선수협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놓고선 이제 와서 노조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선수협도 일 처리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일부 구단의 주장 선출과정에서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협박과 회유로 선수의 뜻을 대표하는 주장을 뽑지 못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했을 만큼 대다수 선수의 마음을 휘어잡는 데 실패했다.

결국 15일 완벽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가운데 총회를 강행함으로써 375명의 등록선수 중 불과 23명만이 참가해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양측은 이제라도 서로 한발 물러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야구’의 운영과 제도개선을 위해 힘써야한다. 팬이 없는 프로야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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