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한국 10대 여가수의 '가능성'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1시 49분


90년 후반은 어느 때보다 여성 디바들의 입지가 강화된 시기였다. 90년을 대표하는 디바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옹이 팝 시장을 독식했는가 하면 남성 중심의 록페스티벌에 반기를 든 릴리즈 페어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국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건모, 신승훈으로 대표되던 남성 위주의 시장에 다수의 여성가수들이 등장해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현상 중에 하나는 10대 여가수들의 인기다. 더 이상 소녀가 아님을 선언한 박지윤이나 'SM 사단'이 2000년 내놓은 회심작 보아의 인기는 99년 500만장의 데뷔 앨범을 팔아치운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99년 그래미 신인가수상을 거머쥔 크리스티나 아킬레라로 대표되는 해외 10대 여가수의 활약과 서로 닮아있다.

먼저 이 10대 여가수들의 앨범은 국내외에서 보이밴드의 앨범 제작으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게 된 작, 편곡자를 통해 다듬어진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게 했던 두 장의 앨범 'Baby One More Time'과 'Oops!... I Did It Again'은 백 스트리트 보이스의 작곡자 겸 프로듀서 로빈과 '엔싱크' 히트 싱글을 만들어냈던 맥스 마틴의 손을 거치면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데뷔 앨범 'Christina Aguilera' 역시 '엔싱크', '보이존', '98도'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만든 앨범이다.

박지윤의 '성인식' 앨범이나 보아의 데뷔 앨범 역시 'god'를 스타로 만든 박진영이나 'HOT', '신화'의 앨범으로 국내 최고의 제작자와 프로듀서가 된 이수만과 유영진의 손을 거쳐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마이더스'의 손을 거친 앨범은 분명 음악성보다는 대중의 구미를 자극하는 내용들로 채워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10대 디바들의 음악은 이런 측면에서 단지 10대에 의해 불리워질 뿐 여타 음악과의 차별성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오랜 관심사인 사랑, 이별이라는 소재를 강한 멜로디 라인과 적정한 박자감으로 풀어 가는 방식은 대중의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순수한 소녀의 이미지와 성숙한 여인의 양면적인 이미지가 결합되어 스타를 꿈꾸는 10대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타 연령 남성들에게 흐뭇한 동정표도 얻게된다.

이런 히트가 보장된 공식으로 10대 디바들의 음악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무엇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것은 10대의 발랄함, 상큼함을 무대나 음악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팬들과 함께 성숙한다. 얼마 전 MTV 뮤직 어워드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보여준 격렬한 몸짓이나 이전 앨범의 소녀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화려한 신고식을 치뤄 낸 박지윤의 성숙한 연출의 성공도 역시 팬들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90년 팝 디바 3인방의 인기와 음악성 만큼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성숙할 수 있을지 혹은 박지윤, 보아가 가요계의 퀸으로 권자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대중이 2000년 이들을 주목하는 것은 10대가 지닌 가능성 만큼의 변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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