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충식]그때를 잊었나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8시 57분


청와대의 민주당 최고위원 모임에서 나왔다는 ‘제2의 김현철’소리가 이야깃거리다. 문득 흘러간 ‘상도동 정권’의 초심(初心)을 떠올린다. 김영삼 대통령이 92년 취임하고 고위직 재산공개로 온 세상이 떠들썩할 때였다. YS가신으로 수석 비서가 된 한 사람이 분개하듯 나에게 말했다.

‘허○○ 허○○가 민정당 정권때 높은 자리 한 게 불과 일년 몇 개월 정도 아니오. 그런데 그들 재산이 수십억원이니 말이나 돼요? 청와대 수석 한두 해 지낸 뒤 놀고 쓴 세월이 10년이 넘는데….’ 두 사람의 등록재산만 각기 18억원 12억원이고, 부동산을 시가로 치고 이래저래 따지면 놀라운 규모라는 거였다.

▼권력잡는 순간부터 초심 흔들▼

‘개혁주도’를 외치던 신군부의 핵심 장교가 그렇게 치부할 수 있느냐는 비판은 제법 신랄했다. 그렇다면 그 YS가신의 초심이 그 문민정부 내내 이심전심으로 올곧게 지켜진 것일까. 장학로 홍인길 구속이나, 요즘 민주당의 권노갑 최고위원에 빗대어져 다시 오르내리는 김현철씨 구속은 무엇인가.

애초부터 돈과 힘을 노리고 정치에 나선다는 사람은 없다. 거리의 맨주먹 민주화투쟁으로 일어서서 정권까지 다다른 상도동 동교동 인사들은 물론 멀리 신군부 쿠데타 요인들까지도 불순한 의도로만은 아닐 터이다. 저마다의 크고 작은 이상과 정의감을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권력을 잡는 순간부터 날아드는 ‘쉬파리떼’에게 휘말려 초심을 더럽히고 신세 망치게 되는 것 아닐까.

권력의 생리란 2600여년 전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권력은 오만과 아집을 낳고 숱한 파리떼를 수반하는, 그래서 그 권력을 쥔 자가 끝내는 제 칼에 베이고 마는 이치를 깨달은 사람들이 있었다. 제(齊)나라의 걸출한 지배자 환공(桓公)과 세 ‘실세’가 모인 술자리 이야기가 기록에 전한다.

환공이 느긋해져 신하 포숙아(鮑叔牙)에게 물었다. ‘왜 나를 위해 축수하지 않는 것이오?’ 영특한 포숙아의 대답. ‘공께서는 형(襄公)의 무도함을 피해 저를 데리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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