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환투기 세력 몰려들라"…외환보유고 풀기 자제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44분


원―달러 환율이 수직 상승하고 있으나 외환당국은 여전히 강력한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30일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6원 상승한 원화약세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구두개입만 단행했을 뿐 물량개입에는 나서지 않았다.

장 막판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언제든지 실탄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으나 실제 물량 개입이 없자 장 마감 15분을 앞두고 오히려 3원이 상승했다.

▽외환당국 왜 개입자제하나〓외환당국이 환율 개입을 직접 자제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출 경쟁력 차원에서 일정 정도 환율 상승은 용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동남아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출 경쟁국인 대만달러가 이날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약세를 보인 점도 외환당국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자국 통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수출 경쟁국인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태에서 우리만 원화 약세를 저지할 경우 수출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또 외환보유고를 동원해가며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막기에는 환율 상승세가 워낙 세기 때문에 자칫 잘못 개입해 맞게 될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외환보유고를 사용했다는 징후가 나오면 국제 환투기세력이 급속히 몰려들 가능성이 있어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외환보유고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공기업이 보유한 달러 물량을 통해 환율 상승을 당분간 조절하겠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속셈이다. 또 다음주에 수출업체들이 벌어들인 달러가 시장에 풀리면 원달러환율은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 공동 대응 모색〓국제금융센터와 아시아개발은행(ABD)는 30일 은행회관에서 아시아 지역 외환당국의 공동 대응방안을 깊숙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등 7개국이 역내 단기자본의 이동 공동 모니터링체제를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현재 한일간에 가동중인 단기자본 자료교환 채널을 아세안 전체 국가로 확대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30일 동남아 통화는 한결같이 심리적인 저지선을 뚫고 올라가는 약세장을 보였다.

▽동남아 통화 약세 97년과 다르다〓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들이 3년전보다 체질이 한층 강화돼 통화위기 확산에 취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통화위기가 △투자자들의 심리불안 △경상수지적자로 인한 자본부족 △대규모의 해외부채 등이 작용해 인근 국가로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97년과 98년에는 아시아지역에서 이 3가지 조건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최악의 통화위기가 발생했다는 것.

모건스탠리는 특히 아시아 주요 6개국의 총외채 규모는 97년과 99년이 거의 같지만 단기부채의 경우 97년 1660억달러에서 99년 910억달러로 45%나 줄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단기부채가 2년새에 530억달러에서 380억달러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진·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주요 아시아국가의 해외부채 추이

국가97년99년
총부채단기부채총부채단기부채
한국143703105532644013618486385124
중국1319472181310151986915107
인도네시아13663639736168105143588263135424
말레이시아472186014691942137476217
필리핀45525180897334832313363916
태국93346160371386475217119133922
합계와 평균595250116166703359517996912815

▼동남아 통화도 약세…위기는 없을듯▼

▽동남아 통화 약세 97년과 다르다〓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들이 3년 전보다 체질이 한층 강화돼 통화위기 확산에 취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통화위기가 △투자자들의 심리불안 △경상수지적자로 인한 자본부족 △대규모의 해외부채 등이 작용해 인근 국가로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97년과 98년에는 아시아지역에서 이 3가지 조건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최악의 통화위기가 발생했다는 것.

모건스탠리는 특히 아시아 주요 6개국의 총외채 규모는 97년과 99년이 거의 같지만 단기부채의 경우 97년 1660억달러에서 99년 910억달러로 45%나 줄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단기부채가 2년 새에 53억달러에서 38억달러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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