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입‘무시험전형’ 성공하려면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57분


현재의 고교 2년생이 치르게 될 2002학년도 대학입시는 현행 제도의 틀을 크게 바꾼 ‘무시험전형’이다. 이는 종래 시험성적 중심의 획일적 선발관행에서 탈피해 기초학력을 바탕으로 특기 경력 품성 재능 등 다양한 요소를 중시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2년 전 무시험전형 원칙을 공표한 후 준비작업을 거쳐 29일 2002학년도 대입전형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이날 나온 기본계획은 대학 자체의 필답고사를 금지하고 수학능력시험 결과를 9개 등급으로 하는 등 ‘무시험전형’의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다.

하지만 새 제도가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걱정의 목소리도 많다. 무엇보다 무시험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내신성적 등 고교평가의 공정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98년 발표 이후 줄곧 이 문제를 지적해 왔으나 이번 기본계획에도 별다른 보완책이 없어 보인다.

이미 상당수의 고교에서 내신성적을 좋게 하기 위한 ‘성적 부풀리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무슨 대책을 세웠는지 묻고 싶다. 수행평가나 봉사활동 평가도 얼마나 공정성과 타당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교장추천서도 수험생이 요구하면 무조건 ‘좋다’고 써주는 등 의미가 제대로 살려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미국에서 무시험전형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은 대학 학부모 학생이 해당 고교의 평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회적 합의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각 고교의 학생평가를 100% 신뢰할 수 있는가. 아직은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실정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무엇보다 교육당국은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도록 철저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는 비교육적 입시제도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새 입시제도로 학생들에게 노는 분위기가 조성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공표된 지난 98년말 이후 일선 중고교에서는 “이제 시험안보고 그냥 대학 간다더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일부 중고교 수업시간 중 학생들이 교사의 강의와 상관없이 떠들거나 잠을 자는 등 ‘교실붕괴’ 현상이 심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부는 이 점에서도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입 무시험전형이 학생들의 적성이나 특기를 살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자칫 기초학력의 붕괴로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 그것은 학생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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