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잘못' 흐지부지돼선 안된다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5분


정기국회가 한나라당의 무조건 등원 결정으로 파행 일주일 만인 24일 정상화됐다. 검찰수뇌부 탄핵안 파동에 대해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던 한나라당이 등원 결정을 한 것은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환율급등과 파업 등 경제적 위기상황이 더욱 민생을 압박하고 있는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된다.

이번 제215회 정기국회는 그러잖아도 초반 35일을 공전한 탓에 101조원 규모의 새해예산안과 237개의 법안 및 의안들이 예비심사도 거치지 못한 채 쌓여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무조건 등원했다고 해서 국회파행의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민주당에 면죄부가 부여된 것은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지난 17일 밤 민주당의원들이 국회의장을 감금하면서 정식 보고된 검찰수뇌부 탄핵안의 국회표결을 저지한 행위는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다.

본란은 그동안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안건이 산적해 있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먼저 잘못을 저지른 민주당측에서 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 있는 당 관계자는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김대통령은 “국회파행으로 시급한 국정현안들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는 말만 남기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국 중국 일본’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출국했다. 한나라당의 무조건 등원 소식을 들은 민주당의 서영훈(徐英勳)대표도 “지나간 것은 지나간 일”이라며 국회파행에 대한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이 그처럼 어물쩍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우선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을 세우고 정치개혁을 추진한다는 대의(大義)에 어긋난다. 명백한 반(反)민주적 반(反)의회적 행위에 대해 진솔한 반성과 사과 없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간다면 우리 정치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이 모양 이 꼴을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이총재는 국회정상화 이후에도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에 대한 사회 거부는 물론 검찰수뇌부의 자진 사퇴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총재의 무조건 등원 결정에 대해 논란이 많은 모양이다. 정국이 간신히 정상화되기는 했지만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다.

이제는 민주당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응답할 차례다. 차제에 이번 국회파행의 원인을 제공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장치가 완벽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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