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럼]박찬석/잘 키운 지방대 지역 살린다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1분


지방경제가 ‘빨간불’을 깜박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속출하고 가계소비는 갈수록 위축돼 다시 IMF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의 경우 지역건설업은 붕괴되다시피 했으며, 삼성상용차 퇴출과 자동차벨트의 무산, 지역금융 위축 등이 악재로 작용해 체감경기는 급랭곡선을 타고 있다. 실제로 어음부도율이 9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흔히 정보화시대를 ‘민(民)의 시대’ ‘지식경제의 시대’로 일컫는다. 정보가 이처럼 대중화하면 이론상 지역간의 균형성장이 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지방인재 육성해야 균형발전▼

LG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수도권 분포도는 81.3%다. 인구도 IMF 한파가 한차례 수그러든 98년부터 다시 수도권으로 몰려 99년에는 통계작성 이후 최대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들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일수록 정보의 생산 주체가 아니라 소비지로 전락해 소득격감현상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인재 기술 자본 시장과 네트워크가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면 누가 지방에 남아 지방발전을 위해 일하려고 하겠는가?

기업가가 저비용 고효율을 위해 기업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또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도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동원된 정부의 지방발전 전략을 물량적 차원이나 하드웨어적 수단에서 벗어나, ‘교육’을 지방발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식기반사회는 사람이 중심이 되고, 교육이 중심이 되며 평생학습이 보편화되는 사회를 말한다. 그중에서 대학교육은 사회의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지식과 창의력이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고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는 사회는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학교육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고, 그 인재들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 지방에서 균등하게 역할을 다 할 때 지식기반사회는 이룩된다. 아무리 자본이 많아도 지방에서 지식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면 국가의 교육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21세기는 지식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적다. 그런데도 지식산업에 투자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이는 지식산업으로 대표되는 교육이 그만큼 투자에 대한 순환이 늦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이야말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지방대를 충실히 육성해 인재가 배출되고, 그 인재들이 지방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되면 지방경제는 자연히 되살아날 수 있다. 지방대 육성은 단순히 인재양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국가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이야말로 산학연 연계정책을 통해 지역대학의 역할을 증대해야 하며, 지방대 육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때다. 그 결과 지방대를 졸업하고 지방에 살아도 기회균등과 신분상승이 보장된다면 인재들이 굳이 중앙으로 옮겨갈 까닭이 없다.

▼행정적-재정적 지원 절실▼

세계 각국이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지금,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천연자원이나 물적자원이 아니라 인적자원이다. 따라서 인재를 육성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대 사업이다.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국가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 배출의 거점인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

얼마 전 김대중대통령은 지방대 졸업생에 대한 취업차별을 종식하기 위해 필요하면 입법을 해서라도, 지방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이야말로 종합적인 지방대 육성정책이 시급한 때다. 국가 주도하에 인재의 지역적 배분과 재정 지원에 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지방인구의 도시 유입 욕구를 줄이는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방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며, ‘지방대 육성 특별법’을 통해 취업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박찬석(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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