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캘빈클라인 "날 한번 가져봐요" 옷입은 포르노그라피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예술이냐 외설이냐. 장정일 마광수씨 등이 외설작가의 판결을 받았지만 솔직히 그 경계를 가를 만한 정확한 법적 잣대는 없다고 본다. 현대인의 피폐해진 성 모랄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것이 작가의 의도였다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과도한 성행위 묘사가 많다고 판단되면 외설이 돼버리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여기서 잠깐 존 버거의 ‘바라보는 방식’에 입각해 여체를 분류한 개념을 빌려와 논지의 실마리를 풀어보자. 버거에 따르면 여성의 신체는 ‘벌거벗음(naked)’과 ‘나체(nudity)’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단순히 옷을 걸치지 않은 상태로서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며 후자는 벌거벗은 몸이 바라보는 사람을 위한 하나의 대상으로 전시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벌거벗음은 주체의 뜻에 의해 스스로 옷을 벗은 상태이고 나체란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의해 한꺼풀씩 옷이 벗겨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광고에서도 외설 시비는 늘 있어 왔다. 그중에 캘빈클라인 진 광고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의도적으로 ‘어린이포르노’의 분위기를 노출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던 이 광고는 미성년자를 모델로 활용했다는 정보가 입수돼 FBI가 수사에 나선 뒤 광고를 내리게 된 일화를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덕분에 브랜드를 알리는 충분한 광고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선 캘빈클라인 광고의 모델은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을 위해 전시되고 있다. ‘날 한번 가져봐요’라는 전형적인 포르노그라피의 포즈와 포르노 앵글임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구도를 볼 때 이 광고는 옷입은 포르노그라피를 찍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치마밑으로 살짝 보이는 속옷 때문인지 제품은 훨씬 도발적으로 시신경을 자극한다. 결국 이 광고는 법정 판결에 의해서는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외설로 규정된 광고가 됐다.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는 게 광고다. 그런 점에서 광고는 소비자에게 나체로 다가서야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예술보다는 외설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이유를 가졌을 지도 모르겠다.

김 홍 탁(광고평론가·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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