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 태풍' 이후의 검찰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53분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안이 민주당의 ‘지연작전’으로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어젯밤 늦게까지 대정부 질문을 벌인 뒤 탄핵안 처리 방법을 놓고 대립하다 결국 상정도 못하고 자정을 넘겨 표결처리는 끝내 무산됐다.

민주당은 의사정족수(137명)를 채우지 못하도록 한다는 전략에 따라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 뒤 이만섭의장이 사회를 보지 못하도록 의장실을 봉쇄해 탄핵소추안 처리를 무산시켰고, 이에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또다시 정국경색이 우려되고 있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안 처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정국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여야의 대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표결을 통한 정상적인 처리를 외면함으로써 검찰 탄핵 문제가 여전히 정치쟁점으로 남게 된 것은 물론 검찰조직도 쉽게 안정을 찾을 수 없게 됐다.

검찰은 탄핵안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면죄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 수뇌부가 왜 탄핵의 대상이 됐는지를 되새겨 보고 검찰조직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4·13 선거사범 편파수사를 문제삼아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그것이 탄핵사유의 전부라고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그것은 단지 계기가 됐을 뿐 그동안 누적된 검찰에 대한 불신이 탄핵안 발의로 나타났다고 보아야 한다.

사실 법원의 옷로비 의혹사건 판결에서 보듯 그동안 검찰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선 실체적 진실에 관계없이 정치적 결론을 내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선거사범 수사를 둘러싸고도 검찰이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윤철상(尹鐵相)의원 발언파문, 16대 총선 당선자 수사처리현황이라는 검찰 내부문건 유출사건 등이 그것이다.

사건처리 뿐만 아니다. 검찰 인사문제도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는 정치권력에 영합해 검찰 구성원들이 먼저 ‘줄대기’에 나서는 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은 검찰인사위원회 도입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검찰청법 개정 논의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이번 ‘탄핵 태풍’을 계기로 다시 사는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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