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사고 왜 잦나…언제 잘릴지 몰라, 주식으로 재산날려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39분


금융기관 직원들의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잦은 사고는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낀 직원들의 ‘한탕주의’가 주원인이 되고 있다. 또 중간에 정산받은 퇴직금을 주식에 투자, 발생한 손실을 일거에 만회하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부분은 개인적 차원의 범죄. 9일 조흥은행 광주 화정동지점장이 고객돈 27억원을 빼내 잠적한 것이나 대우증권 로얄지점 투자상담사가 고객예탁금 33억원을 횡령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2명 이상의 임직원이 짜고 조직적으로 돈을 빼돌린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대표적. 잘 드러나진 않지만 금융기관들이 지점 차원에서 엄격한 윤리적 판단없이 유가증권에 자금을 운용하다 사고를 내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유병태팀장은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마땅히 자금을 굴릴 곳이 없어지자 유가증권에 손을 대 손실을 입은 지점들이 있다”며 “주식시장 붕괴로 상당부분 손실이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금융기관 임원들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유팀장의 설명.

한 은행의 임원은 “정부가 퇴직금누진제 폐지를 종용하고 있는 데다 은행별로 완전한 연봉제로 가기 위해 기본급 차등화 및 개인 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어 은행원들의 신분이 불안정해진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은행의 경우 옛날에는 ‘철밥통’으로 불릴 정도로 고용이 보장됐으나 98년이후 해마다 대규모 인력감축을 벌이고 있는 것도 ‘한탕주의’에 물들게 한 요인이라고 은행원들은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할 수도 없는 형편. 금감원은 16일 오후 금융사고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상시 감시체제를 강화하자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서울은행 한빛은행 등도 최근 전 행원이 모여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자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

금융연구원 손상호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사고에는 검사를 강화해 막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철저한 검사로도 잡을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선진국 수준으로 상시 감시체제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것. 금감원 김모 검사역은 “사소한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손실을 내는 우(愚)를 막기 위해 솔직하게 잘못을 털어놓는 금융기관 직원에 대한 징계수위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정경준·김승련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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