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글로벌경제 M&A열풍의 끝은?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54분


4월 얼라이드시그널사의 회장직에서 물러난 로렌스 보시디는 재직 중 자신이 물러나기 전에 회사의 연간 수입을 200억달러로 올려놓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그가 물러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회사의 수입은 목표에서 50억달러가 모자랐다. 그래서 보시디씨가 생각해낸 것은 기업의 흡수 합병이었다. 지난해 허니웰사를 사들여 새 회사를 만들고 수입은 240억달러로 올려놓았던 것.

물론 보시디씨가 허니웰을 사들인 데에는 수입을 올린다는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얼라이드시그널과 허니웰은 모두 비행기 부품 제조분야의 대기업들이었다. 따라서 두 회사의 생산라인을 합치면 시장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는 두 회사의 합병을 환영했다. 그러나 곧 허니웰의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보시디씨의 후계자인 마이클 본시뇨르는 항공산업 분야의 또 다른 대기업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와의 합병을 추진했다.

그런데 그 때 제너럴일렉트릭(GE)이 끼어 들어서 430억달러에 허니웰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GE의 항공부문과 허니웰의 항공부문을 결합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이로써 겨우 10개월만에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속하는 3개 기업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나 이 놀라운 사건은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거의 매주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거래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1980년대에 기업 합병이 유행했을 때에는 그 어떤 거래도 300억달러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430억달러라는 가격은 기업 합병을 위한 거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격이다.

현재 이러한 기업 합병의 촉진제가 되고 있는 것은 첨단 통신 기술과 컴퓨터 기술을 축으로 삼은 새로운 세계경제이다. 월스트리트의 컨설턴트인 헨리 카우프만은 “현재 기업계에는 큰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어쩌면 그리 오래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GE 같은 회사의 사업이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둔 나머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져버린 다른 회사들은 설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정책 입안자들은 몇 개의 대기업들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혁신을 계속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기업 합병 열풍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말은 바로 ‘세계화’이다. 또한 규제철폐도 대규모의 기업 합병을 가능하게 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1세기 전만 해도 그토록 비난을 받던 기업의 대형화가 오늘날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기업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루이스 갤럼보스 교수는 “기업의 집중현상이 미국 경제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정말로 일을 잘하는 대규모의 세계적 기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갤럼보스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요즘 정책 입안자들, 기업 인사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견해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지금까지 반독점법은 기업 합병 물결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시장가격을 조작하거나 경쟁사들에 비해 불공정한 이점을 누리려 하지 않는 한, 반독점법은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 합병이 과연 기대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70년대에 형성된 거대 복합기업들은 약속했던 이윤을 올리는 데 실패했고, 80년대의 기업 합병은 기업의 효율성을 감소시키거나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을 늘려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거대기업들이 시장에서 지배적인 힘을 이용해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카우프만은 항공업계와 자동차 업계에서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우프만은 또한 너무 덩치가 커져서 이들이 파산을 하면 경제위기가 생겨나기 때문에 파산을 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기업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http://www.nytimes.com/2000/11/05/business/05MERG.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