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開城공단 문화재조사 먼저 하라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15분


북한과 현대그룹이 추진키로 한 개성공단에 학계와 문화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개성 일대가 고려의 500년 도읍지로서 남쪽의 경주와 마찬가지로 매장문화재가 밀집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70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공단이 건설된다고 하니 학계와 문화계가 한목소리로 문화재 훼손 및 파괴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학계는 공단 조성에 앞서 남북한 공동 문화재조사를 북한측에 제안하고 있다. 만약 이 일이 성사된다면 지지부진한 남북한 학술교류의 물꼬를 트는 효과는 물론이고 민족 동질성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놓고 정부내에서 부처간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니 안타깝다. 통일부는 “남북한 공동조사를 북한에 강력히 요구할 경우 남북협력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반면 문화재청은 “공단조성 이전에 공동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의 시행주체는 북한이므로 우리가 공동조사를 요구한다해도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머무를지도 모른다. 북한이 우리측의 제의를 거부할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남북한 공동 역사연구’와 ‘문화유산 보호’라는 큰 명분을 지니기 때문에 정부는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측과 이 문제를 놓고 제대로 협상을 해보기나 한 것인지 궁금하다. 북한은 문화재 보존에 상당한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성공단 부지는 고려시대뿐만 아니라 삼국시대 조선시대 등의 중요 유적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계의 견해이므로 북한측도 남쪽 학계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과 마찬가지로 ‘과속’이 우려되는 남북사업이 또 하나 있다. 경의선 복원사업이 그것이다. 정부가 경의선 철도 및 도로 복원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환경영향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복원공사 구간에는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비무장지대가 포함되어 있다. 환경영향 평가 없이 공사가 강행된다면 자연 파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 환경영향 평가를 받을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완공시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게 정부당국의 변명이지만 이 사업은 시간에 쫓겨가며 졸속으로 할 일이 결코 아니다.

남북관련 사업은 통일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환경과 문화재문제 같은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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