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추가반등의 조건]"국제유가 반도체 등 해외변수가 안정돼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6시 12분


"이번 증시안정대책으로 500선은 유지하겠지만 추가반등을 기대하려면 해외변수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1본부 수석운용팀장)

오늘 발표된 정부의 증시안정대책에 대한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대체로 종합주가지수 500포인트대라는 가격대에서 정부의 증시안정대책은 추가하락 위험을 상당부문 완화시켜 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그렇지만 수급개선에만 초점을 맞춘 오늘 대책으로는 주가를 상승세로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국내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변수들이 안정을 찾아야 상승전환이 가능하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무엇보다 국제원유가격과 반도체가격이 안정을 찾아야 추가상승할 수 있다고 손동식 팀장은 주장한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고유가에 취약한 국내경제에 대한 우려감에서 출발한 만큼 국제유가 안정은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중동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지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하락추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반도체 가격의 안정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뭐니뭐니해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상승전환없이는 국내주가의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손팀장은 그러나 이들 해외변수들이 단기간에 우호적으로 급변하기 힘들어 국내증시의 추가상승을 낙관하기 힘들다고 인정한다.

그는 "일부 외국계증권사에서 3200포인트대의 나스닥시장이 2500포인트까지 추가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는 만큼 단기간에 반도체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주가는 현지수대에서 상당기간 기간조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해외변수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게 증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어차피 해외변수는 정부가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구조조정에 실망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매도(Sell Korea)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돈 한가람투자자문 상무이사는 "오늘 정부가 발표한 증시안정대책보다도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3% 처분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계열사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해 58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현대건설의 자구책이 증시안정에는 더욱 기여할 것으로 본다"면서 "기업들의 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정부의 증시안정대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김도현 삼성증권 투자분석팀 선임연구원도 정부가 단기적인 처방전보다 중장기 대책을 제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기관투자가들의 중장기적인 매수기반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국내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경기침체의 충격을 흡수할 기업과 은행의 체질강화작업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기업들의 수익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부채규모를 줄이고 독자적인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는 작업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증시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증시안정대책이 주가의 추가하락을 방지할 수는 있어도 반도체가격이나 국제유가의 안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상승세로 반전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전개되지 않으면 수급개선을 통한 증시부양이란 정부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