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of the week]Green Day 'Warning'

  • 입력 2000년 10월 17일 09시 29분


◇ 어쿠스틱으로의 유연한 선회

그린 데이(Green Day)의 귀환에 다시 순수 펑크정신을 들먹이며 그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이미 그린 데이는 [Dookie]로 인해 '펑크의 이단자'라는 칭호는 물론 '파티 펑크 밴드'라는 비난 섞인 애칭(?)을 얻어왔지 않은가. 이들은 스스로 70년대 펑크의 수혜자라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제 2의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지금 이 세 명의 악동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2000년대 펑크 밴드로서 확고한 자리를 찾는 것이다.

Warning! 그린 데이가 갑자기 무정부주의를 표방하고 나서거나 모든 제도에 저항하는 사자가 되겠다고 경고장을 내민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종잡을 수 없는 하이브리드의 시대에 필적할 만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 [Warning]은 그들 초유의 히트작 [Dookie]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들은 보다 유연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로 2000년식 펑크의 맛을 보여주려 한다. 변함없이 쓰리 코드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이들은 이제까지 함께 작업해 온 프로듀서 롭 카발로(Rob Cavallo)의 손을 떠나(그는 이 앨범에서 재정지원만을 담당했을 뿐이다) 자신들만의 공으로 새 앨범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앨범 작업에 소요되는 모든 것을 해낼 것이다. 우리만큼 우리의 곡을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린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연습해 왔고, 곡을 쓰고 연주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일주일에 5일은 가족들과 떨어져 밴드와 합숙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하와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줄 알았겠지만 우린 오클랜드에서 새 앨범 준비에 열중했다." 드러머 트레 쿨(Tre Cool)은 앨범 발표 이전 새 앨범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Dookie] 시절 이래로 게으른 청춘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린 데이도 어느 새 노련한 펑크 키드의 과정을 거쳐왔고 이제 그들만의 손으로 조용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97년 [Nimrod] 이후 3년의 공백기동안 그린 데이에게 가장 큰 변화는 유일한 총각이었던 트레 쿨이 결혼했다는 것뿐. 그 만큼 그린 데이는 특별한(?) 일없이 조용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또 다른, 그리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가 있으니, 이들도 어느덧 30대 아저씨들이 된 것. 귀여운 악동 빌리(Billie Joe Amstrong)도 이제는 적잖이 살이 올라 아무데서나 바지를 내리는 일은 삼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30대 아저씨들은 여전히 악동이란 칭호가 어울린다. "빌리 조 암스트롱을 대통령으로! 21세기로 향하는 다리를 불태워 버려라!(Be The Minority! Burning The Bridge To 21st Centuty!)"라는 이름으로 제작된 [Warning]의 프로모션 비디오는 여전히 악동 그린 데이답다.

정치 광고를 모방한 이 비디오의 첫 번째 클립은 빌리 조 암스트롱을 "사람을 위한 사람, 그래서 항상 사람들 곁에 있는 사람, 심지어 항상 개와도 함께 하는 사람"이라며 그를 추켜세운다. 그러나 두 번째 클립은 "빌리 조 암스트롱에 대해 제대로 아는가? 그의 부인이 정말 추하다. 그리고 부통령은 가발을 쓰고 다닌다"고 그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세 명의 멤버가 직접 출연하는 이 엉뚱한 비디오에서 그린 데이는 영원히 펑크계의 악동으로 남을 것처럼 보인다. 즉, 그린 데이는 여전히 유쾌한 펑크의 에너지를 고수하는 30대 아저씨들이라는 것. (한편 이는 그린 데이 역사상 최초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첫 싱글 'Minority'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Warning]은 전작들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며 동시에 어쿠스틱의 풋풋한 감수성이 묻어난다. 이는 [Dookie]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그 변화는 [Nimrod]와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혈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줄 몰랐던 그린 데이가 [Nimrod]에서 보여준 낯선 풍경이 재현되고 있는 것.

오프닝 곡이자 타이틀곡인 'Warning'만 하더라도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지배적이고 빌리의 보컬도 그에 걸맞게 정감있게 들린다. 이는 'Hold On'이나 'Macy's Day Parade'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경고 없는 세상에서 살라'는 이들의 경고장(Warning: Live without warning('Warning' 中)처럼 부드러움을 내포하고 있는 것. 그러나 어떠한 경고이든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려면 기개를 잃지 말아야 할 것. 그린 데이는 유연성과 더불어 단호함을 잃지 않는다.

즉, 이들의 정감어린 어쿠스틱 사운드는 [Nimrod]의 'Good Riddance (Time Of Your Life)'에서의 서정적인 기타 사운드가 아닌 절도있는 리듬감을 견지하는 것이다. 어쿠스틱 사운드의 유연함이 앨범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일까. 이들은 "일요일 교회에 가겠다고 약속하면 금요일 밤 함께 있어 줄래요? 나와 함께 살겠다고 하면 난 당신을 위해 죽을 거예요... 진실만을 말했음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Church On Sunday')라고 착한 연인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시대의 낙오자를 대변하는 듯하던 모습과 비교할 때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Warning]은 어쿠스틱의 감수성 뿐 아니라 보다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Dookie]의 '달려!달려!'식의 사운드를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악기를 이용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 이러한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곡은 'Misery'. 첫 싱글 'Minority'의 뮤직 비디오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서커스 유랑극단을 연상시키는(트레 쿨은 이탈리안 장례식 분위기를 염두에 뒀다고) 'Misery'는 아코디언, 혼과 현악 세션 등 가장 다채로운 소리로 구성된 곡이다.

아코디언은 트레 쿨, 색소폰은 빌리, 현악 세션은 벡(Beck)의 아버지이기도 한 현악 편곡가 데이비드 캠벨(David Campbell)에 의해 만들어진 것. 쿵짝쿵짝거리는 비트의 'Misery'는 가장 독특한 매력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다. 사실 [Warning] 역시 전작들처럼 특별히 음감이 발달하지 않고서는 각각의 수록곡을 단번에 구별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쓰리 코드의 한계는 [Warning]의 곡들 역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인상을 만든다(특히 'Castaway'는 바우 와우 와우(Bow Wow Wow)의 'I Want Candy'가 연상된다). 이는 그만큼 편안한 소리들로 이뤄진 것이라 여길 수 있으나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그렇기에 'Misery'는 더욱 이 앨범에서 그린 데이에게 가치 있는 곡이다. 이러한 다양한 악기의 쓰임새는 'Hold On'에서 하모니카, 'Jackass'에서 색소폰과 만돌린의 소리로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린 데이는 여전히 쓰리 코드에 별다른 테크닉이 필요없는 펑크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들에게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팝적인 감각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작에서 들을 수 있었던 충만한 에너지와 강렬한 사운드의 기세는 한층 수그러졌고, 팝적인 감각에 더욱 충실하다. [Dookie]의 끝 모르고 질주하는 듯한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실망감도 없지 않을 듯.

어쩌면 [Warning]은 '팝 펑크', '파티 펑크'라는, 비난의 뜻이 농후한 칭호에 더욱 걸맞다. 그러나 [Warning]에서의 깔끔한 리듬감과 군더더기 없는 멜로디 라인은 그린 데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발걸음을 조금 늦출 준비가 돼있다면 어쿠스틱 사운드가 결합된 그린 데이식 쓰리 코드의 미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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