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추가 금리인상 유혹 떨쳐내야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08분


산유국의 결속과 중동지역의 불안으로 인해 유가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다. 70년대말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제는 또다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우선 미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20년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70년대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했던 석유 수입은 현재 0.5%까지 낮아졌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매년 3∼4%씩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 수입으로 인한 경기 침체의 부담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석유 수입 의존도 하락보다 더욱 중요한 원인은 물가와 임금의 상관 관계 변화다.

70년대말 유가 상승은 인플레 악순환을 몰고 왔다. 물가 상승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임금 상승은 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결과 미국 경제는 30년대 이후 가장 혹독한 경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70년대말 미국 경제가 인플레 악순환을 겪은 것은 ‘생계비 연동(COLA: Cost―Of―Living Adjustment)’ 원칙 때문이었다. 많은 기업들은 물가 상승분만큼 임금을 올려주는 COLA 조항을 노사 협약에 명시했다. COLA 조항이 협약에 포함돼 있지 않은 기업들도 물가 상승을 감안해 임금을 올려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COLA 원칙에 유가 급등이 겹치자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올랐다.

현재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대다수 기업들은 COLA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기업들에 있어서 COLA는 더 이상 ‘원칙’이 아니라 ‘예외 사항’이 돼버렸다.

COLA 조항의 몰락은 미 노사관계의 변화를 반영한다. 70년대말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하던 미 기업노조는 현재 노동자 10명당 1명만 노조에 가입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렇지만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금리 인상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세계 경제는 다시 심각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정리〓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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