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反테러' 선언과 책임

  • 입력 2000년 10월 8일 23시 20분


북한이 미국과 공동으로 ‘반(反)테러’를 선언함으로써 북―미(北―美)관계의 발전은 물론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의 발길이 빨라질 전망이다. 북한의 이같은 ‘반테러’ 선언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조명록(趙明祿)북한국방위원회 제1부의장의 미국방문과 시기적으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의 방미(訪美)를 통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문제도 곧 해결될 것 같다.

북한이 명시적으로 테러를 반대한다고 선언하고 테러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키로 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경제제재조치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항상 손가락질을 받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경제회복을 위해 그렇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관의 차관을 한푼도 얻지 못하고 급기야는 우리가 대신 보증을 서 빌리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완전히 빠지는 데는 아직 걸림돌이 남아있다. 우선 ‘요도호 문제’가 그것이다. 북한은 지난 70년 도쿄(東京)발 후쿠오카(福岡)행 일본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한 적군파 일부와 그 가족을 ‘사회주의 형제’라며 보호하고 있다. 평양당국이 당장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명분상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북한 스스로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테러방지를 위해 발벗고 나서겠다는 북한의 결의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켜 금융지원 등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한 것은 87년 미얀마상공에서 발생한 대한항공(KAL)858기 폭파사건 직후이다. 이보다 앞서 83년에는 우리 정부인사 등 17명이 순직한 아웅산 폭파사건도 있었다. 냉전의 첨예한 대립 속에 발생한 갖가지 테러의 아픈 기억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이런 테러사건은 어떻게 하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북한과 미국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화학 생물학 또는 핵 장치 및 물질이 개입된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은 저지되어야 한다’며 ‘북한은 모든 테러활동에 대한 조직 사주 조장 자금조달 고무 또는 관용을 자제하는 것이 모든 유엔회원국의 책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공동성명의 내용이 착실히 지켜지기를 바란다.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필수적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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