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폴란드 출신 촬영감독 자누스 카민스키

  • 입력 2000년 10월 8일 18시 46분


자누스 카민스키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는 촬영감독 중의 한 명이다. 그는 1993년에 ‘쉰들러 리스트’로, 그리고 1998년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두 번씩이나 오스카상을 받았으며 역시 오스카상을 받은 적이 있는 여배우 홀리 헌터의 남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인생 중에서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자정이 지난 시간에 폴란드의 로클로에 있는 작은 아파트의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다. 때는 70년대 후반이었고 그의 나이는 16세 정도였다. 그 때 공산주의 세계는 점점 황혼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몰랐다.

그 때 그가 보고 있던 영화는 1971년에 만들어진 ‘소실점’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코왈스키는 마약에 찌들고, 소외되고, 권위를 증오하며, 자동차를 무섭게 몰아대는 폭주족이었다.

그는 차를 몰고 겨우 며칠 만에 미국 대륙의 절반을 횡단해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갈 수 있다는 무의미한 내기를 걸고 차를 몰다가 교통위반으로 경찰의 정지명령을 받자 경찰에 항복하는 대신 불도저 밑으로 차를 몰아 자살해버린다.

사실 ‘소실점’은 영화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도 거칠고 이해하기 어려운 컬트영화였다. 그러나 카민스키씨에게 이 영화는 미국의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가 어떻게 공산국가였던 폴란드의 TV에서 방영될 수 있었을까. 카민스키씨는 “아마 공산주의 정권은 이 영화가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비판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TV 프로그램 편성 담당자들은 이 영화의 본질을 알면서도 살짝 프로그램에 끼워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 이런 식으로 살짝 TV에서 방영된 영화들 중에는 데니스 호퍼의 ‘이지 라이더’, 로버트 앨트먼의 ‘세 여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카민스키씨는 20여년 전 그 때 이후 ‘소실점’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처음으로 감독한 영화 ‘잃어버린 영혼들’을 배급하게 될 뉴라인 시네마의 시사실에서 기자와 함께 이 영화를 다시 보기로 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카민스키씨는 화면을 향해 몸을 바짝 기울이고 화면에 나타난 먼지투성이 길의 풍경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는 옛날에 TV로 보았던 미국 영화들이 “나를 비롯한 동유럽 전역의 수백만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나는 미국을 부자 나라로 보는 대신 자유로운 나라로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경찰의 명령에 굴복하느니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던 코왈스키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독립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나는 어떤 특정 영화사와 특별히 연결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으며 영화를 제작할 때마다 누구와 함께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내 일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10/06/arts/06WATC.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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