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남-북 관계개선 이-팔 좋은 선례"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56분


“하루 빨리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은 양측이 평화로 갈 수 있는 천금의 기회로 여기에 희망을 걸고 싶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최악의 유혈 충돌 사태를 빚고 있는 요즈음 아리엘 샤프란스키 주한 이스라엘 대사대리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할아버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테러를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샤프란스키 대사대리는 커서 외교관이 돼 중동평화 협상과정에 참여했다.

이런 경험을 지닌 그는 “후대를 생각한다면 평화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 돼 양측이 협상테이블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협상 태도에는 은근히 불만을 표시했다.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 문제도 이미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았는데 아라파트 수반이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한쪽만 100% 만족하는 협상은 실패한 것이다. 모두가 불만인 협상이 가장 잘된 협상이다.”

그는 시몬 페레스 전총리가 1993년 오슬로 협정이라는 대타협을 이끌어 내면서 토로한 말을 소개하면서 “평화가 깃들일 수 있는 곳은 오직 협상테이블 뿐”이라고 강조했다.

샤프란스키 대사대리는 국제사회에서 동예루살렘 문제와 관련해 유엔관리안 등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유대인의 정신적 고향인 신전언덕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의 일부 관할권이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병상련인지 그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경의선 철도는 남북간에 ‘눈에 보이는(visible)’ 성과로 말 그대로 ‘선을 넘는(cross the line)’ 아주 중요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전했다.

김대통령과 바라크―아라파트―클린턴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놓고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설에 대해 그는 “막판에 중동에서 평화상을 낚아채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한국 외교관들로부터 자주 듣고 있다”며 “이번에는 한국에서 수상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문화교류에 역점을 두는 몇 안되는 대사관 중 하나라는 자랑도 빠뜨리지 않았다. 올 여름 이스라엘서는 한국주간이 선포돼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고 한국에서도 유대문자전과 도자기 전시회가 열리는 등 교류가 활발하다는 것.

5년 전 한국에 와 1년 동안 연세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웠다는 그가 좋아하는 한국요리는 불고기와 갈비. 특히 그는 “겨울철에 먹는 호떡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틈나는 대로 경주 부여 등 역사유적지를 찾는 ‘답사여행’에 흠뻑 빠져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